강릉아레나 주차장이 전국 각지에서 보내 온 생수로 가득 차 마치 대형 물류창고를 방불케 하고 있다. 전영래 기자"살다 살다 가뭄으로 생수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라 참담한 기분이 드네요. 이러다가 정말 물이 끊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사상 최악의 가뭄이 해갈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강원 강릉시가 전 시민에게 생수를 배부하는 등 말 그대로 '가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4일 오후 찾아간 강릉아레나 주차장은 파란색 비닐로 포장된 생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마치 거대한 물류창고를 방불케 했다. 유례 없는 가뭄을 격고 있는 강릉시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 온 생수를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부터 주민들에게 생수 배부를 개시하면서 각 권역별로 옮기는 배분 작업으로 분주했다.
이 곳을 지나가던 시민 김모(40대)씨는 "이렇게 많은 생수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니 재난사태라는 것이 정말 실감이 난다"며 "불편을 겪고 있는 강릉시민들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 온 생수를 보면서 아직은 살만한 사회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에게 생수를 배부하고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강릉시에 따르면 지자체와 기업 등의 기부가 잇따르면서 지난 3일 기준 2ℓ 짜리 143만 5710병, 500㎖ 103만 6166병 등 총 247만여 병의 생수가 전달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는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에 도달하면 전 시민에게 생수를 배부할 계획이었지만, 시민 불편을 감안해 빠른 배부를 결정했다.
배부할 물량은 18개 면·동 3615톤(300세대 이상 공동주택 포함)으로 1인당 12ℓ(1일 2ℓ씩 총 6일 사용량)를 배부한다. 생수는 1차로 면·동별 5개 권역으로 나눠 강릉아레나에서 권역으로 옮겨진 후 대부분 오는 5일부터 각 주민센터별 세부 계획에 따라 전 시민에 배부할 계획이다. 사천면과 옥계면 등 일부 면 지역은 이미 배부가 시작됐다.
옥계에 거주하는 김창진(80.옥계면)씨는 "살다 살다 가뭄으로 생수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라 참담한 기분이 든다"며 "이러다가 정말 물이 끊기는 것이 아닌지 주민들이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생수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 전영래 기자또한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도 이날부터 배부에 돌입한 가운데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면·동이 아닌 시청에서 일괄 배부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시청 국별 책임 권역을 지정해 거동 불편자와 재해 취약자에게는 직접 배달한다.
이날 주민들에게 생수를 배부하기 시작한 교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은 평소와는 달리 북새통을 이뤘다. 생수를 담아갈 수레와 가방 등을 챙긴 주민들은 줄을 서며 자신의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생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고의숙(70대)씨는 "요즘은 하루하루를 물 걱정으로 보낸다. 오늘 비가 내리면서 내심 많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이번에도 또 오다 말았다"며 "궁여지책으로 생수는 받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제발 가뭄을 해소할 비다운 비가 하루빨리 내렸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5%로 전날 13.9% 보다 0.4%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최근 저수율이 하루 0.3~0.4%p씩 줄어드는 점을 고려할 경우 조만간 10% 저지선도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는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도 시행할 방침이다.
이날 강원 중북부와 남부 동해안에 30~50㎜ 비가 내렸지만, 오봉저수지가 있는 왕산면을 비롯한 강릉 대부분 지역에 2mm 안팎의 찔끔 비가 내리면서 가뭄 해갈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한편 김홍규 시장은 오는 5일 오전 가뭄 대응 비상대책 3차 기자회견을 열고 세부적인 대응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