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최악의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4일 오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5%로 전날 13.9% 보다 0.4%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총 유효저수량 1432만여 톤에서 196만여 톤만 남아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달 30일 오후 7시를 기해 강릉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가뭄 대응을 위해 행안부와 환경부, 농식품부, 국방부, 소방청, 강원도, 강릉시, 농어촌공사, 수자원 공사 등으로 구성한 현장지원반을 지난 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 달 말부터는 수도 계량기 75% 잠금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수도 검침원을 통해 확인 점검에 나서고 있다. 농업용수는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와 함께 공공체육시설을 비롯해 공중 화장실 47개소를 폐쇄하고, 공공수영장 3개소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청소년 카페 2곳도 운영을 중단했다.
극심한 가뭄에 폐쇄된 공중화장실. 전영래 기자이 같은 절수 조치에도 사태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생활용수 확보와 상수원 고갈을 막기 위한 운반급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일에도 소방차 71대와 군 물탱크 140대, 민간 살수차 27대 등 258대의 급수 차량을 투입해 오봉저수지에 4500톤(원수), 홍제정수장에 2900톤(정수) 등 7400톤을 채웠다. 동해해경에서도 5천t급 경비함을 투입해 물을 공급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급수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을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도착한 민·관·군 급수차량이 인근 하천에서 물을 나르고 있지만, 8만 ㎥ 넘는 하루 생활용수량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릉지역 시민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생수가 강릉아레나 주차장에 쌓여 있는 모습. 전영래 기자이에 강릉시는 저수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경우 시간제나 격일제 급수도 시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에 도달하면 생수를 전 시민에게 1인당 12ℓ(1일 2ℓ씩 총 6일 사용량)를 배부할 계획이었으나, 불편사항을 감안해 보다 빠르게 배부할 방침이다. 현재 저수율이 하루 0.3~0.4%p씩 줄어드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일주일 후면 10% 저지선도 고비가 될 전망이다.
강릉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자 전국에서 기부와 나눔을 통한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기준 2ℓ 짜리 143만 5710병, 500㎖ 103만 6166병 등 총 247만여 병의 생수가 전달돼 이를 쌓아둔 강릉아레나 주차장이 마치 대형 물류창고를 방불케 하고 있다. 생수는 이날 강릉아레나에서 권역으로 옮겨진 후 각 주민센터별 세부 계획에 따라 전 시민에 배부할 계획이다.
김홍규 시장은 "어려울 때 손 내밀어주신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가뭄 상황에 따른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