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11시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을 가득 메운 방문객들. 김지현 인턴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국립 중앙박물관 굿즈샵이 연일 붐비며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애니메이션 속 호랑이 캐릭터와 저승사자의 갓 등이 인기를 끈 뒤, 관련 박물관 굿즈가 이미 품절 사태를 빚었으나 그 열기가 '케데헌 효과'를 넘어 한국 전통을 담은 굿즈의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아침 일찍 굿즈샵을 찾은 여모 씨는 "원래 한국적인 느낌을 좋아했는데 케데헌 때문에 다시 오게 됐다"며 작호도 엽서를 들어 보였다. 미국 조카 선물을 고르러 왔다는 한모 씨는 "호랑이 뱃지는 다 품절이라 아쉽지만, 다른 제품도 디자인이 세련되고 품질이 좋아 대신 샀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품절된 호랑이와 까치의 실물을 기대하며 방문한 김모 씨 역시 빈 매대를 보며 아쉬워했지만, 결국 찻잔과 에코백으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 문양과 느낌을 현대와 잘 조합해서 예쁘기도 한데 실용적인 물건이 많다"며 "무엇보다 모두 국내에서 제조된다는 점이 믿음직스럽다"고 국중박 뮷즈의 매력을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에서 품절된 갓 찻잔. 김지현 인턴기자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열기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계기로 박물관을 찾은 해외 관람객들은 호랑이와 갓 관련 굿즈가 매진되자 나전칠기 보석함, 청자 잔 세트, 자개소반 무선 충전기 등 고가의 전통 기념품에 눈을 돌렸다.
'굿즈 맛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미국에서 찾아왔다는 콴 팽(Kuan Peng)씨는 "케데헌은 미국 회사 동료들도 다 알 정도로 인기며 특히 갓 찻잔이 너무 유명하다"고 전했다. 이어 "케데헌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전통성과 제품의 귀여움, 그리고 창의성이 결합된 다른 물품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박물관 공식 상품이라는 점도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제스 딕슨(Jesse Dickson)씨도 "이 자개소반 무선 충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전통 문양도 예쁜데 너무 실용적이라 지금 심각하게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굿즈샵 선반 위에 올려진 나전칠기 보석함. 김지현 인턴기자
굿즈샵 선반 위에 올려진 자개소반 무선충전기. 김지현 인턴기자
프랑스인 클로애(32)씨는 "케데헌 굿즈를 보려고 왔다가 막상 와보니 나전칠기로 된 보석함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신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어 "외국인에게 나전칠기로 된 보석함 자체가 생소한데 디자인도 너무 마음에 든다"며 "한국의 민화도 매력적이어서 돈이 많았다면 더 구매했을 것"이라 웃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불러온 인기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굿즈를 넘어 한국 전통 문화 상품 전반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의 관계자는 "외국인들의 90%는 케데헌 관련 상품을 사려고 가게를 찾았다가 해당 상품이 품절되자 다른 한국적인 물건을 사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