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개관한 용인 기흥국민체육센터에 가족 탈의실·샤워실·화장실이 마련됐다. 이곳에는 성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기저귀 교환대도 설치됐다. 정성욱 기자지난 7월 경기 용인시 한 체육센터에 조금 특별한 공간이 마련됐다. 기흥국민체육센터 2층 수영장에 생긴 '가족 샤워실·탈의실·화장실'이다. 샤워실과 탈의실, 화장실을 합쳐 8평 남짓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하나하나가 소중한 공간이다.
지금껏 장애인이나 노인, 아이가 있는 가족단위 이용객들은 공용 탈의실을 이용할 때마다 불편을 겪어왔다. 휠체어를 놓을 곳이 부족하거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옷을 갈아입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동성인 가족이나 지인이 없으면 시설 이용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인시가 최근 기흥체육센터에 가족용 탈의실을 마련하면서 이용객 불편함은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특히 이용객들의 선호도도 높아 향후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휠체어 눈높이 맞춘 설계…단골 이용객도 생겼다
지난 7월 개관한 용인 기흥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가족 탈의실·샤워실·화장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가 적용돼 휠체어 이용객의 접근성이 높아졌다. 정성욱 기자지난달 29일 방문한 기흥체육센터 곳곳에는 이용객 동선을 고려한 시설이 배치됐다. 입구부터 탈의실, 샤워실을 거쳐 화장실과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동선에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무장애)가 적용됐다.
탈의실 로커 윗칸에는 옷을 아래칸에는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휠체어 3~4대는 놓을 수 있어서 공용 탈의실보다 휠체어 이용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바로 옆 샤워실 역시 마찬가지다. 샤워기는 휠체어에 탄 이용객 눈높이에 설치됐다. 벽면엔 접이식 의자와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용객 혼자서도 수영장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화장실에는 세면대와 변기뿐 아니라 성인용 기저귀 교환대도 설치됐다. 성인 남성도 누울 수 있는 크기여서 아기와 함께 방문한 부모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성인도 이용이 가능할 정도다.
용인 기흥국민체육센터 2층 수영장에 마련된 가족 샤워실 모습. 휠체어 이용객 눈높이에 맞춰 시설물이 설치돼 있다. 정성욱 기자새롭게 생긴 체육센터에 가족용 시설이 마련되자 새로운 단골 이용객도 생기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한 이용객은 최근 수영 수업을 등록하고 혼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공용 탈의실이나 샤워실만 있다 보니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은 동성인 가족이나 지인이 없으면 아예 수영장을 오지 않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곳에는 혼자서 가족용 탈의실을 이용하고 수영 강습을 받는 휠체어 이용객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는 시민 요청에 응답한 용인시
이상일 용인시장. 용인시 제공이같은 변화는 시민의 요청과 이를 놓치지 않은 이상일 용인시장의 추진력이 한 몫 했다.
용인시는 지난 5월 열린 특수학교 교사·학부모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한 학부모는 "발달장애가 있는 자녀와 외부 활동을 하다 보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다"며 "자녀 혼자서는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데 가족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하다"고 시설 개선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상일 시장은 곧장 "공공시설에 가족용 공간을 마련하라"고 실무자자들에게 주문했다. 나아가 향후 새롭게 짓는 모든 공공기관에 가족용 탈의실과 화장실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용인시는 내년에 완공될 동백종합복지회관과 현재 설계중인 용인 동부지역 여성복지회관(가칭), 용인 종합 환경교육센터에도 장애인 및 가족용 공간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상일 시장은 "앞으로 용인시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공시설에는 설계 공모단계부터 가족용 편의시설을 반영할 것"이라며 "장애인·노약자·임산부·영유아동반자가 공공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