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류영주 기자김건희씨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한학자 총재 원정도박 의혹' 관련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린 당사자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지목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흘린 수사 정보를 듣고,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 등을 포함한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감행했다고 보고 있다.
1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윤씨의 공소장을 보면 특검은 권 의원이 2022년 10월 3일 윤씨에게 연락해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미국 원정 도박 의혹에 대해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권 의원은 윤씨에게 "한 총재님이 카지노 하시냐"고 물으면서 "경찰 쪽 찌라시인데, 한 총재 등 통일교 임원들이 불법으로 통일교 재단 자금을 해외로 반출해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권 의원은 "이 사건으로 통일교에 대한 압수수색이 나올수 있다고 한다"며 "카지노 도박, 외환거래법 관련해 2013년, 2014년 자금 출처가 문제된다"고 수사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전달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은 윤씨가 다음날 통일교 본거지인 경기 가평 천정궁에서 한 총재와 당시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정모씨에게 권 의원이 전달한 수사 정보를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총재와 정씨는 윤씨에게 '압수수색에 대비해 원정 도박과 자금 출처와 관련된 자료를 정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이후 윤씨의 지시에 따라 통일교 직원들이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된 조직적 증거 은멸에 나섰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통일교 재무국, 총무국 소속 직원들은 압수수색에 대비해 사무실에서 관리 중인 컴퓨터 저장 정보를 포맷하고, 2010~2013년 사이 회계 프로그램에 저장된 회계 정보를 삭제하거나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지난달 27일 권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대선을 앞두고 윤씨로부터 1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2~3월 한학자 총재로부터 금품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받은 의혹도 있다.
특검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측이 권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통일교 교인 입당 의혹 수사를 위해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할 예정이다.
윤씨는 지난달 19일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윤씨의 첫 재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특검은 통일교 지휘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 총재의 비서실장으로 '통일교 2인자'로 지목된 정씨를 두 번째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 총재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권 의원 등 국민의함에 불법 자금을 지원했단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연합뉴스한 총재는 전날(31일) 오전 통일교 예배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했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세계평화와 하늘부모님께서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하늘부모님의 섭리를 경륜해 나오는 여정 속에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과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도 통일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