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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김형대 화백, "가까이서 눈을 감고 잔잔한 빛을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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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갤러리서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9월 30일까지
고독한 수행의 길 끝에서 얻은 '후광'의 찰나
전통을 포용한 선율을 만들어내는 '서정적' 추상
중첩과 중첩이 만들어낸 무한한 색들의 '향연'
미묘한 빛의 잔상과 합쳐진 마티에르가 유도하는 극적인 음양의 '공간감'
캔버스 위에 수십 번의 붓질로 빚어진 섬세한 색…제3의 영롱한 빛 발현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개막 행사에서 김 화백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개막 행사에서 김 화백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취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 "대웅전의 천장마다 불빛없이 그 빛, 그 스며나오는 그 빛이, 한복에서 나오는 빛, 창호지에서 나오는 빛 등을 제가 연구하는데, 제가 죽기 전에 지금 얘기한 그 어두운 속에 그 빛을 그려서 작품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게 제 소망입니다. "

"이 작품을 여러분들이 그냥 가까이에서 보시면서 눈을 이렇게 이렇게 감아서 보셔야 됩니다.
눈을 크게 뜬다고 이 작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눈을 감으면서 비춰 나오는 '엠비언트 라이트(ambient light)'를 구경하시고 가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

89세의 노(老) 화백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개막 행사에서 김 화백은 자신의 작품 가까이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김형대, 'HALO 24-0301', 캔버스 위에 아크릴, 60.6 × 60.6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4-0301', 캔버스 위에 아크릴, 60.6 × 60.6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
아흔을 앞둔 모습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세도 꼿꼿하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뇌졸중을 극복하며 붓을 놓지 않고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김 화백은 자신의 건강의 이유를 '소식(小食)'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 화백의 대표 연작 'HALO'와 지난해와 올해 완성한 신작 등 25점을 선보인다.

김형대, 'HALO 25-04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73 x 73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5-0424', 캔버스 위에 아크릴, 73 x 73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목판화를 하다 보니까 사실은 우리 거를 해야 되지 않느냐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불교 문화나 또는 팔만대장경에서 이어지는 그런 거를 해서 1980년에 제가 '후광(halo)'이라는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이 작품을 하게 됐어요."

'HALO' 시리즈는 김 화백이 1980년대 초부터 전개해온 대표작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 앵포르멜(1950년대 초 프랑스를 중심으로 나타난 서정적 추상회화의 한 경향)의 영향을 받은 힘차고 역동적인 추상에 집중했다면 이후부터는 색과 빛에 주목했다.

캔버스 위에 수십 번의 붓질로 빚어진 섬세한 색들이 제3의 영롱한 빛을 발현한다.

김형대, 'HALO 24-0402',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4).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4-0402',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4). 금산갤러리 제공겹겹이 쌓아올린 미묘한 빛의 잔상과 합쳐진 입체감 있는 마티에르가 극적인 음양의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중첩된 색층이 만들어내는 제3의 색, 수채화처럼 투명해 보이면서도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조형적 표현은 후광이 발현하는 것 같은 시지각적(視知覺的) 착시를 일으킨다.

김형대, 'HALO 25-0307',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5-0307',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화면 전체로 확산되는 광채 앞에서 작가가 수십 번의 덧칠과 번뇌를 통해 화폭에 눌러 담은 감정의 파도와 집약된 삶의 연대기를 마주하게 된다.

김형대, 'HALO 24-1104',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4).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4-1104',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4). 금산갤러리 제공고독한 수행의 길 끝에서 얻은 후광의 찰나는 숭고하면서도 정제된 빛의 만찬이자, 내부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아련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김형대, 'HALO 2500630',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2500630',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0 × 100 cm(2025).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화백은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수상한 첫 추상미술 작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획을 그었다. 이는 앵포르멜 회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인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 기성 화단에 대한 저항의식에서 출발한 '벽동인'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한국 추상미술의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개막 행사에서 김 화백이 발언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29일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 개막 행사에서 김 화백이 발언하고 있다. 곽인숙 기자"학생 때 4학년 때 '벽전'을 덕수궁 벽에서 했어요. 버스에 탄 사람들이 이렇게 '벽전'을 들여다보니까 이게 대단하잖아요. 그래서 밤중이 됐는데 그림을 그려놓고 가질 못하니까 지키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렇게 보니까 어떤 일이 생겼냐 하면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와서 그림을 이렇게 비춰보고 그랬어요. 그거를 보름동안 했습니다. "

김 화백은 이날 1960년 10월 1일부터 15일동안 서울대 미대 재학생인 김정현, 김익수, 박병욱, 박상은, 유병수, 유황, 박홍도, 이동진, 이정수와 '벽동인회'를 결성해 경기여고에서 법원으로 이어지던 정동고개에서 작품 40여 점을 덕수궁 담벼락에 걸었던 '벽전'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김형대, HALO 08-0430, 캔버스 위에 아크릴, 130 × 162.3 cm(2008). 금산갤러리 제공김형대, HALO 08-0430, 캔버스 위에 아크릴, 130 × 162.3 cm(2008). 금산갤러리 제공김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길러냈다. 김 화백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202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됐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가 30일까지 열린다. 금산갤러리 제공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김형대 화백 개인전 'HALO: Divine Radiance'가 30일까지 열린다. 금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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