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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61년 만에 사과 이유? 검찰이 피해자 보호 못했다"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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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
■ 대담 : 정명원 대구 서부지청 차장검사

최말자씨 재심 배당 후 가슴 쿵
피고인의 아픔 헤아리기 필요
유죄와 무죄의 세계 삶 책으로
검사, 사건 속 사람들 삶 만나
재판 후에 이야기는 다시 시작
이런 검사도 있다는 춤 추고파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박재홍 한판승부 2부 문을 열었습니다. 최근에 최말자 씨 사건 우리 시청자 여러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무려 61년 만에 재심을 통해 억울함을 풀게 된 사건인데요. 이 과정에서 이 최말자 씨에게 무죄를 구형하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던 검사가 있습니다. 당시엔 부장검사셨는데 이번에 신간인 유무죄의 세계의 사랑법을 출간하셨다고 해서 저희 제작진이 또 급하게 모셨습니다. 오늘 만나보죠. 정명원 대구서부지청 차장검사님이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명원> 안녕하세요.

◇ 박재홍> 두 분도 인사해 주세요.

◆ 박성태> 안녕하세요.

◇ 박재홍> 부장에서 차장이 되신 건 승진이신 거죠?

◆ 정명원> 네. 3일 됐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차장 검사님이라고 자주 불러드려야겠네.

◆ 정명원> 아직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 박성태> 지청장이 있고 바로 그 밑에 차장이 있는 거죠?

◆ 정명원> 네. 맞습니다.
◆ 박성태> 제가 뵌 검사 본 검사 중에 위급으로 중에 제일 사람의 모습을. 표현이 좀 안 좋은데.

◆ 이재영> 좀 그렇다. 모든 검사 조직을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 박성태> 죄송합니다. 너무 온화하게 표정이 온화하게 좋으셔서 축하드립니다.

◇ 박재홍> 원래 우리 애청자들은 아시겠습니다마는 3년 전인가요?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나의 친애하는 민원인 그 책으로 저희 한판승부 오셨어요.

◆ 정명원> 네. 맞습니다.

◇ 박재홍> 그리고 이제 새 책으로 함께해 주셨는데 간단히 소개를 해주시면?

◆ 정명원> 제 소개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에서 차장 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명원 검사라고 합니다.

◇ 박재홍> 우리 또 박성태 실장님 말씀해 주셨지만 이 검사하면 되게 좀 무섭다는 그런 게 있으셔서 그런 말씀하신 거죠?

◆ 박성태> 그렇죠. 엄격한 그런 느낌.

◆ 정명원> 제가 눈이 좀 처져 있어 가지고 약간 순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박재홍> 이런 분일수록 또 형은 강하게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제 최근에 역사적인 재판이 있었는데 이제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오히려 중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서 옥살이를 했던 최말자 씨 사건 이제 재심 사건을 우리 검사님이 몸 담으신 부산지검에서 재심이 진행됐었고 최종 무죄를 구형하신 거죠?

◆ 정명원> 네. 그렇습니다. 그 사건은 원래 64년도에 재판이 있었던 사건입니다. 근데 이제 그 최말자 씨가 재심을 신청을 하셨고요. 재심 개시 결정이 돼서 제가 얼마 전까지 근무했던 부산에서 재심 재판이 새로 열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저희가 이제 검찰 구형까지 하고 변론 종결된 상태입니다.
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최말자 씨와 220개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민 기자 23일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최말자 씨와 220개 여성단체들이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민 기자 ◇ 박재홍> 그렇군요. 이제 한 2주 후에 최종 법원 판단이 예정된 거죠?

◆ 정명원> 예. 9월 10일 날 판 선고가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럴 경우에는 그냥 검사 측에서 무죄를 구형했기 때문에 그게 무리 없이 되는 상황인가요?

◆ 정명원> 그거는 저희가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게 그건 또 법원의 판단은 법원의 판단이어서요.

◇ 박재홍> 알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겸손하십니다. 사실 이 사건 재심 사건 배당 받으셨을 때 어떠셨습니까?

◆ 정명원> 이제 그 사건을 이 부산지검에서 하게 될 것이다라고 제가 연락을 받았을 때 진짜 심장이 쿵했죠.

◇ 박재홍> 그러셨어요?

◆ 정명원> 네. 이 사건은 뭐 법률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누구나 배우는 유명한 사건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그냥 그 판례로만 알고 있던 사건인데 그 사건이 재심이 됐고 또한 이제 저희 공판부에서 담당을 해야 된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이게 역사적 사건을 내가 담당하게 됐구나라는 것과 이걸 그러면 어떻게 잘 마무리해 볼 것인가 하는 고민이 무척 깊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한 61년 전 사건이잖아요. 사실 그리고 또 선배 검사가 담당했던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재심을 준비하시는 거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셨는지?

◆ 정명원> 우선 너무 오래전 사건이기 때문에 증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판결문이 남아 있고 뭐 그 당시에 언론 보도 내용이나 뭐 그런 것들을 가지고 지금 저희가 사실 관계를 다시 재구성하는 것인데요. 저희가 배우면서도 이것은 좀 이상한 판결이다라는 막연한 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제 이 사건을 재판을 담당하면서 이제 구체적으로 사건이 어떻게 진행이 돼서 어떻게 결론이 났었던가를 들여다보고 그리고 그것을 지금 우리가 2025년에 다시 판단한다면 어떤 결론이 나와야 되는가라는 고민을 했었고요. 이게 64년도에 판결이 선고되고 지금까지 그 당사자 최말자 씨는 오랜 기간의 인생을 그 피고인 유죄 피고인으로서 살아오셨던 거잖아요 그러면 그동안 받으셨던 어떤 상처나 고통이 있다면 그것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치유해 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동시에 좀 드는 사건이었습니다.

◇ 박재홍> 최말자 씨 측 변호인이 상당히 격앙된 모습을 보았다라고 말씀하시는데.

◆ 정명원> 네. 첫 번째 재판 이제 저희가 준비 기일을 합니다. 본 기일 하기 전에 준비 기일을 했었는데 저희는 이제 이 사건을 보면서 검찰 입장에서는 이미 증거가 모두 없는 사건이어서 이 사건을 다시 지금 잘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증거들을 최대한 살려내는 것이 우리가 지금 이 재판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것이 이 재심을 임하는 검찰의 자세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저희가 이제 재판을 할 계획을 세워 갔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뜻하지 않게 그 변호인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때 사실관계를 저희가 다시 재구성하기 위해서 그때 이제 증인을 섰었던 분들 이런 분들을 다시 법정으로 이제 다시 신청을 하는 그런 계획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이 과거에 고통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 되고 그리고 그때 재판으로 아마 이분들의 그 인간관계나 이런 부분들에도 많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다시 헤집게 되는 결과가 된다. 이렇게 이제 이의를 제기하셨고 그 부분은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충분히 이제 저희가 고려했어야 되는 부분이어서 이후 재판은 최대한 그 증거 조사를 줄이고 결론을 낼 수 있는 방식으로 저희가 준비를 했었습니다.

◇ 박재홍> 사실 잘못을 지적받으면 기분 나쁘고 뭔가 그냥 더 강하게 나갈 수도 있는데 그 지적에 대해서 그래도 우리가 잘못했네. 이렇게 느끼신 게 좀 인상적이었습니다.

◆ 정명원> 그 부분은 네. 저희가 이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법률가로서 이 재판을 다시 증거를 완전히 복원해서 새로 한번 해보자라는 욕심이 조금 더 앞서서 저희가 그 아픔까지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이고 저희가 그래서 그 잘못을 시정하고자 하는 마음을 변호인도 또 잘 받아주셨어요. 저희의 진심을 잘 받아주셔서 서로 불필요한 오해 없이 사건이 잘 진행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이 재판정에서 우리 검사님이 최말자님이라고 지칭하시고 고개를 숙여서 깊이 사과하셨다면서요. 굉장히 이례적인 거죠.

◆ 정명원> 네. 저희가 이제 구형을 재심 재판 같은 경우에는 무죄 구형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죄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조금 필요했었죠. 그런데 앞에 말씀드린 대로 이 사건은 이제 60여 년에 한 사람의 거의 인생 전체를 지배했던 사건에 대한 다른 답을 내어놓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죄 구형만으로는 부족하고 저희가 이제 사죄를 드림으로써 그분께 어떤 이제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좀 드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면 거기서 그 사죄를 받으시는 분은 그 순간만큼은 피고인이 아니시니까요. 그래서 제가 이제 그 고심 끝에 최말자님께 사죄를 드리는 형식으로 했습니다.

◆ 박성태> 고심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마음은.

◆ 정명원> 공적인 지위에서 사죄를 드려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러려면 우리 내부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저 개인이 드리는 사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우리가 검찰이 내부적 합의를 통해서 도출한 사죄여야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제가 그것을 이제 보고하는 과정에 좀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과는 달리 매우 선선히 거의 모든 그 모든 분들이 동의를 해주셨고요. 그래서 제가 조금 더 당당하게 사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61년만에 무죄 구형 최말자씨 "이겼습니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2025.7.23 handbrother@yna.co.kr61년만에 무죄 구형 최말자씨 "이겼습니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2025.7.23 handbrother@yna.co.kr
◇ 박재홍> 사실 최말자 씨가 이제 검사님의 사죄를 받고 법정을 나서시면서 이겼습니다를 세 번 외치고 대한민국 정의는 살아있는 것 같다. 그 표정을 보니까 아 정말 뭐라 할까요?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치유되고 회복되신 것 같았어요. 뭐랄까 제가 최근에 본 사과 중에 피해자가 사과를 사과로 받아들였던 굉장히 좀 보기 드문 사건이 아니었나.

◆ 정명원> 네. 저희도 이제 그 부분 걱정이 많았습니다. 사실은 그 최말자 씨가 어떻게 받아들이실 것인가에 대해서 저희가 아무리 같은 말로 사죄를 드려도 그것을 이제 받아들이지 않으시면 참 그렇게 안 되는 거여서요. 저도 되게 떨리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사죄를 드렸는데 저는 그때 이제 그 밖에 나가셔서 이겼다 하실 때 저는 이제 법정 안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서.

◇ 박재홍> 근데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 정명원> 이번에 이제 사과를 준비하면서 제가 이제 고민했던 지점은 사과를 하는 해야 되는 포인트들은 되게 많은데요. 무엇을 사과할 것인가를 정하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지점을 사과할 것인가 이 시점에 검찰이 사죄를 한다면 어떤 지점에 대한 사죄를 드려야 되는가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길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단 한마디 핵심적인 부분을 사죄를 드려야 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 우리는 검찰이 여러 가지 잘못을 했겠지만 가장 잘못을 했던 것은 그 피해자를 피해자로서 보호하지 못했다는 지점. 그 지점이 아마 핵심일 것이고 그리고 이제 그 최말자님께도 그 부분이 가장 한이 맺히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 부분에 집중해서 사죄를 드렸고 아마 세상의 사죄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번 기회에 한번 했습니다. 어느 부분을 사죄해야 되는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사죄의 핵심이다.

◇ 박재홍> 다음 책은 사죄에 관한 걸로 해주시면.

◆ 박성태> 이게 약간 궁금한 게 이 사건이 사실은 이제 뭐 혀를 최말자 씨 이름은 몰라도 혀를 절단한 사건이다. 이 많은 분들이 또 듣기는 했을 텐데 형법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정당방위에 관한 유명한 사건이라고 그랬는데 그러면 예전에 배울 때 교수들은 이게 잘못됐다고 가르쳤습니까? 아니면 이거는 인정을 못 받았다라고 해서 우리가 참조해야 된다고 가르쳤나요?

◆ 정명원> 특별히 이제 이게 잘못됐다. 잘됐다, 이렇게 배우지는 않습니다. 그냥 막 저희가 막 수많은 케이스를 막 거의 외워요. 그냥 외우는데.

◇ 박재홍> 주입식 교육.

◆ 정명원> 그렇습니다. 그중에 이제 정당방위 아니고 정당방위 x, 과잉방위 o 이렇게 해서 막 외우는 케이스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게 그렇게 외우면서 법조인들 마음의 어떤 문턱이 되죠.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이게 안 된 케이스구나라는 것이 이후에 우리가 정당방위를 판단하는데 약간 마음의 문턱이 되는 사건.

◆ 박성태> 그러면 이 사건이 이 비슷한 이유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앞서 말씀하신 마음속에 문턱이 된다고 하셨는데 전례가 되나요? 이게 왜냐하면 당시에는 오히려 가해자가 형을 덜 받았거든요. 피해자가 중상해죄로 더 받았고 이게 지금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될 수가 없는데 계속 교과서에도 이게 정당방위에 과잉방어의 사례다라고 가르쳤다는 건 좀 납득이 안 돼요.

◆ 정명원> 그 사건은 살아 있는 판례였기 때문에 계속 저희는 이제 배우게 되는 사건이었고 저희가 이 사건 재심 준비하면서 그래서 유사 사례들을 쭉 한번 분석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같은 상황에 혀 절단된 사건에서 한 80년대부터도 무죄가 나옵니다. 무죄가 나오고 검찰에서도 이제 무혐의를 하고 그리고 유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뭐 사건은 다 사건별로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사건이 혀 절단은 정당방위 안 돼. 이렇게는 안 되지만 그래도 한번 저희가 이제 고민하는 데 있어서는 걸림돌이 되는 사건이기는 하죠.

◇ 박재홍> 잘 설명해 주셔서 로스쿨 교수님 하시면 정말 잘하실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검사님의 새 책 얘기를 좀 해볼게요.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제목도 너무 예쁜데요. 검사님이 지으셨습니까?
▲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한겨레출판▲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 한겨레출판◆ 정명원> 네. 제가 지었습니다.

◇ 박재홍> 대개는 그 제목을 갖고 오면 출판사에서 안 받아들일 경우도 있는데 전혀 저항 없이 이게 통과가 됐나 보군요.

◆ 정명원> 네. 출판사에서 이제 검사님이 하는 일을 도대체 뭐라고 규명해야 되느냐 뭐 판사님이면 재판이라고 하면 되고 뭐 변호사는 변론이라고 하면 되는데 검사님이 하는 일은 도대체 한마디로 뭐라고 얘기할 수 있느냐 해서 제가 고민을 했어요. 근데 저희가 하는 일은 딱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어쨌든 유죄와 무죄의 세계에 관여하는 일이어서 유무죄 세계라는 말을 한번 만들어 봤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이게 어떠한 법조인 혹은 검사들의 세계에 대한 우리 검사님의 지난 20년의 생활을 응축한 표현이군요.

◆ 정명원> 네 유죄와 무죄로 갈리는 세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세계에서 고민했었던 것 그런 것들을 담은 책입니다.

◇ 박재홍> 사랑으로 일을 하셨군요.

◆ 정명원> 결국은 사랑이 아닌가라는 결론으로 이 각박한 유무죄의 세계를 가르는 일을 계속하려면 결국은 사랑이 있어야 되지 않은가라는 마음입니다.

◇ 박재홍> 이재영 위원님이 책 보시고 궁금증이 생기셨다고 그래서 질문해 주세요. 책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셨다고 아까.

◆ 이재영> 아까 표지가 왜 토끼하고 오리가 있는지,

◆ 정명원> 네. 토끼와 오리는 제가 설정한 건 아닌데요.

◇ 박재홍> 잘 안 보이실 텐데.

◆ 정명원> 네. 많은 분들이 물으세요.

◇ 박재홍> 토끼 가면과 오리 가면.

◆ 정명원> 예. 오리보고 뭐 트럼프냐 막 이렇게 물으시는 분도 있고 그런데 그 이제 그냥 인간의 다양한 측면 그런 것들을 표상하는 그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지난번에 이제 한판승부 보셨을 때 후속작 준비하신다고 하셨는데 이제 그 후속작이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이라는 것 같습니다. 그 책 내용 중에 이제 수사가 끝난 지점에서도 어떤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읽을 것인지는 이제 당신의 몫이다. 글을 너무 잘 쓰셔서요. 뭐랄까 이제 어떠한 검사만의 특별한 시선 우리 검사님만의 특별한 시선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 정명원> 네. 저는 이제 수사와 재판과 이제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만 하면 할수록 우리가 하는 일로 세상의 모든 일이 규명되거나 규정지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수사가 끝난 지점에서도 혹은 유죄나 무죄로 재판이 끝난 지점에서도 사실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기에 있거든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그게 뭐 단지 법률 종사자의 형사법 종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기서 우리 국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시스템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어서 그런 표현을 한번 써봤습니다.

◆ 이재영> 저 궁금한 거 있어요. 아까 이제 검사님은 이제 사랑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가치라고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근데 이제 보통 우리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검사는 칼, 이런 걸 많이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아까.

◇ 박재홍> 칼잡이.

◆ 이재영> 칼잡이. 그래서 사실 아까 우리 저 박성태 실장님이 얘기하셨던 뭐 차장 검사하면은 되게 보통 무서워 보여야 되는데 아니라고 말씀하신 게 그런 뉘앙스가 담겨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본인이 지금 이제는 뭐 후배도 많고 동료도 많고 하겠지만 이분들에 대한 평가 그러니까 이분들은 어떤 의식을 가지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지금 검사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 정명원> 우리 초임 검사가 얼마 전에 이제 그런 고등학교에 진로 체험 이런 걸 가서 그런 질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요새 이제 검사에 대한 이미지 너무 나쁘고 맨날 욕 먹는데 그 일을 어떤 마음으로 하고 있느냐 이 친구는 이제 검사가 막 된 친구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 친구가 뭐라고 대답했을지가 되게 궁금했어요. 근데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세상의 평가가 어떻든 사건은 매일 밀려오고 그 사건 안에는 분명히 그 사람들의 삶이 있다. 그래서 그게 오는 순간 우리는 뭐 그 세상이 인정을 안 해준다고 혹은 욕을 한다고 해서 그 일을 미룰 수가 없고 그러면 그냥 그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저는 그 우리 초임 검사의 대답으로 네, 대답을 좀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5년 제 1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검사 신규 임용 (법무부 제공)2025년 제 1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검사 신규 임용 (법무부 제공)◇ 박재홍> 검사님 말씀 들으면서 저도 돌아봅니다. 인터뷰가 끝난 지점에서도 어떤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 검사님 책 중에, 책 문장 중에 제가 이 문장이 되게 좋았어요. 누구나 멋지다고 추앙하는 검사계의 센터 특수부, 공안부의 자리에는 서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검찰이라는 무대에서의 내 자리는 뒷줄 가장 자리쯤 되겠다. 이런 말씀하셨습니다.

◆ 정명원>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뒷줄 이제 무대에서 센터는 아니고 뒷줄 가장 자리 저는 이제 형사부에서 근무하고 공판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뒷줄 가장자리 요원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런데 그 자리가 센터에 비해서 뒤처지거나 소중하지 않은 자리가 아니고 또 제가 실현하고 싶은 가치 있는 그 자리에 있다면 저는 그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래서 뭐 저랑 같이 일하고 있는 우리 형사부 공판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뒷줄 가장자리 친구들한테 우리 같이 이렇게 한번 재밌게 해보자라는 내용을 한번 담아봤습니다.

◇ 박재홍> 제가 알기로도 형사부 검사님들 정말 고생 많이 하시는데 그 형사부 검사님들이 앞줄로 오시면 안 돼요?

◆ 정명원> 그래도 되죠.

◇ 박재홍> 맨날 우리가 특수부, 공안부 정치하신 분들 그분들이 많아가지고.

◆ 정명원>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그 사람들이 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국민들이 또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검사님들의 수고도 좀 알아주시면 좋겠다라는 말씀. 국민참여재판의 달인이세요.

◆ 정명원> 네. 달인은 아니고.

◇ 박재홍> 그런 별명이 있으세요.

◆ 정명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사실 이 일을 그 일 하신 것도 우연하게 하셨다면서요?

◆ 정명원> 네. 저희 이제 그 동기가 갑자기 이제 다른 자리로 가는 바람에 그 자리를 맡고 있던 이제 그 친구를 대신해서 들어가게 됐는데 한 10년 전이요. 2015년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이제 지금까지 국민참여재판이 또 해보니까 저의 적성에 맞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 박재홍> 적성에 맞으세요?

◆ 정명원> 네.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가장 잘 알려진 게 농약 사이다 사건. 앞에 나오셔서 말씀하셨던 것이죠.

◆ 정명원> 맞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저 사건에 대해서 국민들 모아놓고 잘 설명해 주시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거죠?

◆ 정명원> 그렇습니다. 이제 기존에 저희가 하는 일은 그냥 결정하고 공표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국민참여재판은 국민들 모시고 이제 그분들께 직접적으로 판단을 묻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사건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도 드리고 우리가 왜 이걸 기소했고 왜 처벌하자고 하는지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뭔지 이제 설명드리는 자리가 국민참여재판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일이 좀 좋고 잘하고 싶더라고요.

◇ 박재홍> 원래 그러니까 배심원으로 가는 국민들이 나라에서 정하는 거죠?

◆ 정명원> 그냥 무작위로.

◇ 박재홍> 무작위죠? 박성택 실장님이 어느 날 방송하다가 갑자기 우편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가야 되는 거잖아요.

◆ 정명원> 그렇습니다. 너무 유명하셔가지고 배심원으로 뽑히실지 모르겠는데.

◇ 박재홍> 무명이어야 됩니까?

◆ 정명원> 아닙니다. 그거는 아닌데 언제라도 받으실 수 있고 그게 이 초청장 같은 게 옵니다. 그게 오면.

◆ 박성태> 외국 영화 보면 배심원으로 뽑히면 무조건 가야 되는 총기 사건의 배심원이 되기 위해서 계속 주소를 옮겨서 한 그런 영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배심원의 초대에는 무조건 가야 됩니까?

◆ 정명원> 의무로 되어 있습니다.

◆ 박성태> 근데 사실은 법원이 이제 배심원을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 또 배심원에 대해서 사건을 설명하잖아요. 그러면 이제 판단은 배심원들이 국민 배심원들이 하게 되는데 어쨌든 유죄 취지에서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거 아닙니까? 그건 어떻게 보세요?

◆ 정명원> 검찰은 검찰과 이제 피고인 측 변호인이 있죠. 국민 참여 특히나 뭐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양쪽에서 당기는 활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제 검찰은 기소한 근거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드리고 반대쪽에서는 또 반대의 사정들을 충분히 설명을 드려서 국민들이 가장 이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죠.

◇ 박재홍> 설명을 너무 잘해주셔서 저도 한번 참여해보고 싶어요, 우리 검사님의 가르침 속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떤 거였습니까? 국민참여재판 하시면서.

◆ 정명원> 우선 아까 말씀하신 그 농약 사이다 사건이 제 이 길을 열어준 사건이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고 그 외에도 한 사건 한 사건 모두 다 깊이 기억에 남습니다.

◇ 박재홍> 저도 어떤 인터뷰에 가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누구예요? 그렇게 얘기하면 다 준비해서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런 생각이 드는 게 제 의문이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이 질문하고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역시 검사님의 문장입니다. 나는 아직 무대에 있기를 꿈꾼다. 무대 뒷줄의 가장 자리에서 완성하고 싶은 나만의 춤이 있기 때문이다. 저 이 문장 외우려고 그래요 앞으로 우리 검사님 인생 혹은 그 이후의 인생에서 추고 싶은 나만의 춤 어떤 모습입니까?

◆ 정명원> 이게 뭐 제가 책을 쓰고 뭐 또 일을 하고 공판 전문화를 하고 막 이렇게 하는 게 이 일을 하는 게 검사로서 일하는 게 되게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좀 버거운 일이어서 계속 의미를 찾아보려고 이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이제 이런 이런 춤도 한번 쳐볼 수 있지 않니? 라는 그 길을 조금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길을 힘겹지만 조금씩 열고 그러면 저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또 하나 여러 가지 롤 모델 중에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면 되게 좋겠다. 그래서 이런 검사도 있구나라는 자리를 그런 춤을 한번 완성해 보고 싶습니다.

◇ 박재홍> 우리 검사님이 2024년에 공판 분야 최초로 공인 전문 검사 1급 블랙벨트 인증을 받으신 분입니다.

◆ 정명원> 예. 블랙벨트입니다.

◇ 박재홍> 가장 자리 아닌가요? 1등 검사신데.

◆ 박성태> 블랙벨트 차고 가장 자리.

◇ 박재홍> 지난번에 오셨을 때는 국숫집 사장이 꿈이라고 하셨는데 여전히 유효하십니까?

◆ 정명원> 국수, 점점 요리 실력이 떨어져가지고요. 네.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가요? 예 그러면 이번에는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은데 역시 그다음에 넥스트.

◆ 정명원> 넥스트. 이번에 이 책 쓰면서 다시는 책을 쓰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는데 제 안에 또 새로운 이야기들이 고이면 또 새로운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박재홍> 우리 검사님 말씀 들으면서 가슴이 참 따뜻해졌는데요. 오늘 극히 일부 약 10%만 소개해 드렸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그 다음 이야기는 유무죄 세계의 사랑법을 통해 꼭 확인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명원 검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명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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