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유일한 공유하천인 임진강. 정성욱 기자"다음 주에 회사에 휴가 내고 계속 걸을 거예요."최고기온 36도를 기록한 23일 오전 9시. 찜통 같은 더위를 뚫고 200여명의 사람들이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부터 6박 7일 동안 임진강을 따라 장장 120km를 걷는다. 강의 가치를 되새기고 환경파괴의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바로 12년 만에 부활한 '우리강 도보순례'다.
6회째인 이번 도보순례지는 임진강이다. 임진강은 남과 북의 유일한 공유하천이다. 북한 강원도 마식령 산맥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거쳐 연천으로 이어진다.
순례단장은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맡았다. 염 의원은 2013년 이후 잠들어 있던 우리강 도보순례를 부활시켰다. 염 의원은 "우리 강은 흘러야 한다"며 "강은 젖줄이자 생명"이라고 말했다.
"생명에도, 물줄기에도 남과 북은 없다"
우리강 도보순례에 앞서 순례단장인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사진 오른쪽)이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모습. 정성욱 기자오전 10시가 되자 순례단은 임진강이 펼쳐져 있는 평화습지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애초 도보순례는 필승교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전 북한군과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장소가 바뀌었다.
이날 출정식에 참여한 김성환 환경부장관은 "강은 생명의 원천이고 생명에는 남과 북이 없으며 물줄기도 남과 북을 구별하지 않고 흐른다"며 "하지만 현재 전쟁으로 남과 북은 갈라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남쪽으로 걷지만 언젠가 순례단과 함께 북한 구간을 걷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생명의 강과 남북 평화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에서 가족과 함께 참가한 이상윤(44)씨는 "평소에 자연에 관심이 많아 가족들과 함께 자주 다녔는데 이런 행사가 있다고 해서 참여했다"며 "아이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준서(12)군은 "책에서만 보던 38선도 와보고 임진강이라는 곳도 봐서 신기하다"며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 동료와 휴가를 내고 참석한 최영옥(58)씨는 "오늘 사람들과 함께 강을 걷고, 다음 주중에도 이틀을 휴가 내고 다시 걸으러 올 것"이라며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다"고 했다.
우원식이 염태영에게 넘긴 바통…"순례는 계속된다"
23일 제6회 '우리강 도보 생명순례'에 참여한 이들이 임진강변을 따라 걷고 있다. 정성욱 기자
'우리강 도보 생명순례'는 2005년 우원식 국회의장의 지역 강살리기 운동의 하나로 시작했다. 우 의장은 2005년 섬진강을 시작으로 금강(2006년), 한강(2007년), 낙동강(2008년), 영산강(2013년) 등 5대강을 걸었다.
이후 12년 만에 염 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면서 우 의장께 도보순례를 이어서 하자고 제안했고 의장이 흔쾌히 응해줬다"며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도보순례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평화를 이어가려는 국민주권정부의 뜻에 맞는 곳이 임진강"이라며 "자연의 의미뿐 아니라 남북 분단의 아픔과 평화를 되새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강 도보 생명순례'를 12년 만에 부활시킨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23일 경기 연천 임진강 일대를 걷고 있다. 염태영 의원실 제공염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자연생태계 파괴를 감시하고 문제에 공동대응하는 '강살리기 네트워크'를 공동으로 결성했다. 일본에서 전국 환경단체와 하천전문가들이 모여 강의 발전을 모색하는 '강살리기 콘테스트'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도 염 의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강의 날' 행사는 올해로 24회째를 맞았다.
순례단은 이날을 시작으로 파주와 고양을 거쳐 오는 29일 김포 평화누리길에서 해단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