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약 8억1천만원을 벌었고, 그 과정에서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주가조작 과정을 사전에 인지했을 뿐 아니라 깊게 관여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불과 10개월 전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특검 수사로 180도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매매 행태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주가조작에 가담 혹은 인지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핵심 의혹 '7초 매매'마저 檢 "증거 없다" 무혐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오수 전 회장 등 주도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이뤄진 시세조종을 말한다.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가담자들은 2천원대 후반이던 주가를 8천원대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챙겼다.
권 전 회장을 비롯, 다른 주가조작 가담자와 전주(錢主)는 수사와 재판이 모두 완료됐다. 오직 김건희씨만 수사기관이 처분을 차일피일 미뤄오면서 지난해 10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가장 논란이 된 것이 김씨의 '7초 매매'다.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주포가 투자자문사에 '도이치 주식 8만주를 매도하라'는 문자를 보내자 불과 7초 뒤 김씨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정확히 8만주가 팔려나간 것이다. 이를 두고 중앙지검 수사팀은 "다소 의심스럽다"면서도 주가조작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우연의 일치'라며 혐의를 부인했었다.
수사 결과 뒤집은 결정적 증거는 '증권사 녹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법조계에선 특검이 새로운 주가조작 증거를 찾아낸 것에 주목한다.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김씨에게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 김씨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 "2억7천만원을 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검찰 수사에선 나오지 않은 증거다.
특검은 이 통화 당일 김씨의 은행 계좌에서 2억7천만원이 자기앞수표로 인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결국 김씨가 주가조작을 주도한 세력에 이례적으로 과도한 수익 40%를 떼어준 정황 증거이며, 김씨가 주가조작을 단순 인지한 것이 아니라 깊게 가담했다고 해석할 대목인 셈이다. 특검은 김씨의 구속영장에 "피의자(김건희)는 주가조작 계획을 인식하고 이종호씨의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 다액의 금원과 증권사 계좌를 맡기고 주가조작으로 인한 수익을 나눴던 것이 확인된다"고 적었다.
서울고검-특검 재수사 끝에 공범 판단…김씨는 여전히 모르쇠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런 특검 수사 결과가 올해 4월 시작된 서울고검의 재기수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특검 논리의 핵심 증거로 활용된 김씨와 미래에셋증권 직원 사이 녹취를 확보한 당사자가 바로 서울고검 재기수사팀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김씨가 1차 주가조작 시기 주포인 이정필씨에게 16억원 상당의 증권사 계좌를 맡겼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2010년 3월 이정필씨로부터 손실보전금 성격으로 47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파악했다. 이씨는 기존 중앙지검 수사에선 해당 송금 내역이 손실보상과 무관하다고 말했다가, 서울고검과 특검 수사 과정에선 인정하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다만 김씨는 여전히 자신의 주가조작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손실보장을 한 적이 없고 4700만원은 주가 사건과 무관한 거래였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녹취에 대해서도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말한 것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김씨의 구속영장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발부됐다. 김씨는 전직 영부인으로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수감됐고,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첫 사례로 역사에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