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이 제주 향토기업 제품을 검색해보고 있다. 고상현 기자"제주 특산품인데 포장이 너무 예뻐서 가족들 주려고 샀어요." 지난 12일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내 롯데면세점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짜오민(38)씨가 한라산 캐릭터가 그려진 쿠키상자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세련됨' '제주다움'을 내세운 제주 향토기업이 국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0.2평의 기적…중국MZ 사로잡은 이유는
현재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은 전체 160평 규모로 200여 개 국내외 브랜드 제품이 입점해 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많이 찾으면서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이 즐비한 가운데 최근 중국인들의 인기 상품은 제주 향토기업이 만든 제품이다.
한라산 캐릭터가 그려진 '한라산과자점' 쿠키상자, 제주 조랑말과 우도땅콩 캐릭터가 아기자기하게 담긴 '솔트쿠키' 캔, 제주 현무암을 형상화한 '바솔트' 과자상자가 그 주인공이다. 0.2평에 불과한 진열대에 단일상품만 판매되고 있는데도 각 제품들의 평균 월 매출이 5천만 원 이상이다.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 직원인 김지현(58)씨는 취재진에게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거 같다. 과자 포장도 예쁘게 돼있어서 그런지 판매품 중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고 했다.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 인기 상품들. 고상현 기자이러한 인기에는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련된 디자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퍼진 '입소문'이 주효했다. 대만인 관광객 A(30)씨는 "현재 중국 SNS에서 떠오르는 상품들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도 판다고 해서 사서 보니 포장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장은 "제주 향토기업과 상생하기 위해 매장 앞쪽 진열대에 제품들을 진열해놨는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MZ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제품들이다. 특히 과자 원재료에 제주 보리나 깨, 소금 등을 사용해 의미가 크다"고 했다.
지자체 지원·대기업 협업·창의성 '삼박자'
경기침체 속에서 청년 창업 기업들이 줄도산 하는 가운데 제주 향토기업의 선전은 반가운 소식이다. 창업기업 중 95%가 문을 닫는 가운데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간한 '제주지역 청년 창업 현황과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재작년 제주에서 창업한 청년기업은 모두 2708개다. 이 중 폐업한 기업은 2553개로 창업 대비 폐업비율이 95.8%에 달한다. 사실상 창업한 청년 사장과 폐업한 사장 수가 거의 비슷했다는 뜻이다.
이번에 롯데면세점 제주공항점에서 '대박'을 친 제주 향토기업 업체들은 행정의 다양한 지원과 대기업의 협업 등 창업하기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 향토기업 제품을 구매한 중국인 관광객 짜오민씨. 고상현 기자'솔트쿠키'를 판매하는 ㈜치즈라이브러리 강현욱 대표는 "제주에 다양한 기념품이 있는데, 식상한 부분들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제주다움'을 제품에 녹여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롯데면세점이 함께 고민해주고 여러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관광지를 보면 대표적인 상품들이 있다. 제주에 오면 우리 제품을 꼭 사야하는 대표상품으로 만드는 게 꿈이다. 지금 제주도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도테크노파크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는데, 저희 기업뿐만 아니라 모두가 창업하기 좋은 생태계가 유지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