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8월 채상병 사건 기록의 경찰 이첩 사실을 보고받자, 대통령실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보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검팀은 최근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등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임기훈 전 비서관으로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명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식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냐"며 '격노'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이에 해병대에 사건 이첩 보류와 언론·국회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박정훈 대령이 이끈 해병대 수사단은 이 같은 지시가 '수사외압'이라고 판단해 같은 해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그대로 이첩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 전 장관은 같은 날 오전 11시쯤 해병대 수사단이 기록 이첩을 강행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에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생겼다. 대통령실에도 이 사실을 보고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실장은 직후 윤 전 대통령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됐다"고 보고했고, 이를 들은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채상병 사건 기록 회수 등을 지시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오는 8일에는 조태용 전 안보실장을 재차 소환해 당시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특검 수사 대상인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후배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해제 신청서를 보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1월 사직한 이 전 차관이 그해 3월 메신저로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해제 신청서 양식을 보낸 정황을 잡고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인 이 전 차관은 20여년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근무할 때 처음 윤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 전 차관이 지난해 3월 이종섭 전 장관의 '도피성 출국' 의혹에 연루된 정황을 파악하고 최근 그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조치가 돌연 해제된 배경에 대통령실을 포함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닌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