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하면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는 진술을 특검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전 장관 측은 격노는 없었으며, 군을 걱정하는 내용의 통상적인 업무전화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지난 25일 순직해병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VIP 격노설'이 불거진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술했다고 한다.
임 전 비서관은 당시 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료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해 8명을 채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적시한 내용이 담겼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9일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 신속 결정 요청서 제출을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을 찾았지만, 출입문이 닫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임 전 사단장은 특검 사무실에 출입하지 못하고 문 앞에 나온 직원에게 서류만 제출한 뒤 발길을 돌렸다. 박종민 기자이에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하면서 당장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질책했다고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그간 국회와 법정에서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해왔다. 그러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질책한 사실을 2년 만에 밝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전화했을 때 회의실엔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임 전 비서관이 있었다고 한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마련된 순직해병 특검 사무실로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 29일 특검 조사를 받은 조 전 실장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 전 장관을 질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종료된 뒤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화해 초동조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 및 국회·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다.
다만 이 전 장관 측은 당시 통화에서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거나 이첩을 중단하라는 등의 외압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격노'도 없었으며, 군을 걱정하는 내용의 통상적인 업무전화였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채상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는 오롯이 자신의 판단이었다고 밝혀왔다.
해병대 수사단은 초동조사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 등 8명을 혐의자로 적시했지만, 국방부는 장관의 이첩보류 지시 이후 사건 재검토를 거쳤다. 이후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판단해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한편 임 전 비서관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자신이 전달한 것 같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임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5시쯤 김 전 사령관과 휴대전화로 통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