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총기 살해 피의자 자택서 발견된 폭발물. 연합뉴스인천 송도에서 60대 남성이 사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하고 서울 도봉구의 아파트 주거지에 사제 폭탄까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제 총기와 폭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손쉽게 사제 총기나 폭발물을 만드는 영상과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관련 규제와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규제·단속을 통한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결국 사회에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 체계가 더 촘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단번에 나온 '총기제작' 영상…'쉽고 간단'
유튜브에 사제총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면 나오는 영상들. 장난감의 일환이나 3D프린트 활용으로 사제총기 제작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 화면 캡처
23일 유튜브 등에 사제총기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본 결과, 단번에 각기 다른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총기 제작 영상이 다양하게 나왔다. 한 유튜버는 나무 판자에 도안을 그리고 쇠파이프 등을 사용해 총과 총알까지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은 이 과정을 가까이에서 따라 하기 쉽게끔 담고 있다.
또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들어 야외에서 직접 쏘며 성능을 보여주는 영상도 여럿 발견됐다. 아예 3D 프린터로 총기 도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있다. 타이머 설정 기능과 심지어는 원격으로 조종 가능한 폭발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들도 많다.
지난 20일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아들을 살해할 때 이용된 사제 총기와 관련해 피의자 A(63)씨는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참고해 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할 때 이용한 차량 안에서는 사제총기 10정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는 서울 도봉구 자택에도 신너 14통을 연결해 타이머까지 설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사제총기 등 무기를 제작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오패산터널 사건'의 성병대도 유튜브를 보며 총 제작법을 파악했다. 당시 40대 남성 성씨는 서울 강북구 오패산로에서 사제총기와 둔기로 이웃을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총을 쐈다. 당시 총에 맞은 김창호 경감은 결국 숨졌다. 성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4년에도 경기 부천에서 40대 남성이 빚을 갚으라는 채권자를 사제총기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5년간 사제총기 단속 0건
경찰청은 이번 인천 '총격사건'을 계기로 매년 9월 한 달만 진행하던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두달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사제 총기를 적극적으로 회수하기 위해서다. 자진신고 기간 내 불법 무기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이 면제된다. 자진신고 기간이 끝나면 집중단속이 이뤄진다.
현재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불법 무기를 제조 또는 판매, 소지했다 적발될 경우 3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나무나 쇠파이프, 쇠구슬 등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도구로 만들어지는 사제총기를 실질적으로 단속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진신고가 아니라면, 일일이 수색해서 찾아내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년~2024년) 수거된 불법 총기는 218정이지만, 이중 사제총기 적발 건수는 0건이었다. 사제총기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염건웅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엽총과 공기총 등은 허가제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지만, 법률에 사제총기는 빠져있다"며 "사제총기 유통이나 제작방법이 널리 퍼져있고 사제폭발물까지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암암리에 만들어 보유해도 범행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적발해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제총기, 폭탄 등 제작하는 방법이 공유되는 플랫폼 차단과 단속도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총포·화약류를 제조할 수 있는 방법이나 설계도 등의 정보를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 게시·유포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현재 해외에서 올라오는 콘텐츠 게시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처벌이 어렵고, 장난감이나 실험의 일환으로 사제총기가 이용되는 콘텐츠까지 규제하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염 교수는 "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는 협조 요청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고 정보의 홍수화 시대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차단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한 감시 체계 구축 등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온라인에 총기 제조법 등이 담긴 불법 게시물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예정이다. 사이버 명예경찰 누리캅스(640명)와 협업을 통해 유튜브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라온 무기 제조 영상을 적발해 삭제·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총포화약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반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불법 게시물을 탐지하고 삭제 차단하는 과정을 자동화할 예정이다.
"본질 원인은 개인"…"우리 사회 되돌아봐야"
궁극적으로 이같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 관점에서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본질은 범죄 행위에 사용된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라는 것이다.
건국대 이웅혁 경찰학과 교수는 "유튜브로 누구나 총기를 쉽게 따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며 "본질적인 원인은 총기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은평구에서 일본도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도검 길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등 논의가 나왔는데 해당 사건 역시 일본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며 "우리 사회가 왜 이런 개인을 낳았는지 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범죄의 근본적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치안정보 등을 공유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가정이나 심적으로 뒤틀린 개인을 들여다보고 관리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피의자 A씨는 과거 성폭행으로 처벌 받은 전력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전과가 있는 사람을 왜 우리 사회가 교화시키지 못했는지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총기 범죄의 위험성이 현실화된 만큼 지금이 바로 법적 제도를 정비할 '골든타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염 교수는 "3D프린터를 활용한 사제총기나 파이프 연결한 형태의 사제총기 등 모든 종류의 사제총기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제총기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호기심인데, 호기심에서 접근했다고 해도 원한 등 동기와 결부됐을 때 다량 살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나라도 더이상 총기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염 교수는 "이같은 대안들이 잠재적인 범죄군들 찾아내서 사회시스템 내에서 미리 보호하는 것과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