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에서 정청래 후보가 초반 연속 승리로 주도권을 잡는 모양새다. 박찬대 후보는 예상보다 강한 정 후보의 선전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당 내 조직력을 바탕으로 남은 경선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변수는 일주일가량 연기된 호남권(광주·전남·전북)과 수도권(경기·인천) 권리당원 투표다. 일정이 당초보다 길어진 가운데 정 후보가 초반 승기를 이어갈지, 수세에 몰린 박 후보가 막판 역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정청래, 25%p 격차로 초반 주도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찬대(오른쪽)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20일 신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임시전당대회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 경선을 실시했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청래 후보는 62.5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박찬대 후보(37.45%)를 25%포인트(p) 이상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전날 치른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경선 득표율에서도 정 후보는 62.77%, 박 후보가 37.23%로 집계돼 큰 격차를 보였다.
현재까지의 누적 득표율은 정 후보가 62.65%(7만 6010명), 박 후보는 37.35%(4만 5310명)다. 충청·영남권 선거인단 수는 20만 8444명, 유효 투표자 수는 12만 1320명이다. 누적 투표율은 58.20%다.
초반 승기는 연속 승리를 거머쥔 정 후보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그간 정 후보가 외쳐온 강력한 개혁 리더십에 당원들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는 영남권 경선 결과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65%라는 역대급 투표율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대선 이후에도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내란과의 전쟁을 잘 수행하라는 당원들의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 측에서는 예상보다 큰 격차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류가 읽힌다.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기 전만 해도 박빙 승부를 내다보는 관측이 많았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충청권이 그나마 조직력이 좋아서 기대했는데 저조한 결과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수세에 몰린 박 후보 측은 남은 경선에서 판을 뒤집겠다는 각오다. 호남권을 비롯해 서울·경기·인천 등 당원 수가 집중된 권역이 남아있는 만큼 당내 조직력을 앞세운 박 후보의 존재감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114만여명 가운데 약 33%인 37만여명이 호남권에, 42%가량인 47만여명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박 후보가 전대 출마 선언 직후 일주일간 호남에서 숙식하며 표심을 다진 이유다.
일주일 밀린 호남·수도권 투표…막판 변수되나
바뀐 전당대회 일정도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오는 26일과 27일로 각각 예정된 호남권과 경기·인천권 현장 투표를 당 대표가 결정되는 다음달 2일 전당대회에서 통합해 치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수해복구에 온 당력을 모으고 최선을 다하고자 일정을 변경했다"며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정청래·박찬대 후보와 협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일정이 짧아지면 초반 승기를 잡은 정 후보가 유리하고, 길어지면 박 후보가 역전의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실제 두 후보도 전당대회 일정 조정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다.
박 후보는 "폭우 피해와 복구는 죽고 사는 문제"라며 "당 대표 후보로서 선거 일정을 잠시 멈춰주실 것을 당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 후보는 남은 권역별 투표를 모두 앞당겨 한번에 치르는 '원샷 경선'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11시 전국당원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변경된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은 최근 일어난 전국적인 폭우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지난 19~20일 각각 예정된 충청권과 영남권 현장 경선도 취소하고 온라인 합동 연설회로 대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