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민생회복지원금 지급방안을 담은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4일 국회를 통과했다.
심사 막판 별안간 끼어든 '검찰 특활비' 예산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이견이 불거지면서 의결 절차가 연거푸 지연됐다.
이를 기다리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끝내 퇴장한 자리에서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이용해 단독 처리 절차를 밟았다.
검찰 특활비 복원에 與내 이견 분출
추경안은 이날 저녁 1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82명 중 찬성 168명, 반대 3명, 기권 11명으로 가결됐다.
표결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 중심으로 이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미 퇴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사실 본회의는 오후 2시 개최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예결소위, 예결위 등 추경 처리를 위한 절차가 조금씩 늦어졌다.
특히 오후 4시쯤 예결위 전체회의가 끝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지만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내부 논의를 이어갔다.
문제는 검찰의 업무추진비, 일명 '특활비' 때문.
검찰 특활비는 애초 정부안에 없었으나 국회 심사 과정에 40억 400만원이 증액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올해 본예산에서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활비를 되살리려 하자 국민의힘이 검찰 특활비 증액을 요구했고 결국 두 항목이 같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본회의 직전 개최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 다수가 검찰 특활비 복원은 명분이 없다는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이에 김병기 원내대표가 당내 의견을 반영한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며 의총을 정회하고, 본회의를 연기 의사를 우 의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후 검찰 특활비는 '검찰개혁 입법 완료 후 집행한다'는 부대 의견을 달아 수정안을 의결하기로 정한 뒤 본회의에 참석했다.
국힘 퇴장 뒤 우원식 의장 "민주당에 유감"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회의장에 오래 대기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 사이 퇴장했다.
애초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출석해 김민석 국무총리 상견례 연설을 듣고 자당 몫 기재위원장 선출 표결에 참여한 뒤 추경안에 대한 반대 토론과 함께 퇴장할 계획이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퇴근길에 "소수야당 의원들과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에 대한 엄청난 모독"이라며 본회의 소집을 다음 주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는 이날 회기가 종료되지만 곧바로 7월 임시국회를 개시하면 의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을 지켜 본 우 의장은 본회의 개의 직후 "일방적 의사 일정이 진행된 데 대해 다른 정당들의 깊은 우려와 불쾌함을 충분히 이해한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을 꾸짖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국민과 민생을 위해 추경 처리가 한시라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야당 의원 복귀를 기다리다 밤 10시 30분쯤 추경안을 상정한 뒤 표결에 부쳤다.
"특활비도 내로남불" VS "국민고통 외면하나"
연합뉴스여야 협상은 곡절의 연속이었다.
예결위 여야 간사(이소영·박형수)는 이날 새벽까지 속기록이 공개되지 않는 일명 '소소위'를 가동하면서 막판 논의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최종 합의를 내는 데 실패했다.
쟁점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민생지원금 소비쿠폰 발행비용 문제.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이 정부안에 20%로 맞춰져 있는데 민주당은 그 비율을 낮추되 나머지는 국비로 부담하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그럴 경우 대신 다른 정책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자고 요구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또 하나가 특활비 문제였다.
민주당은 정부안에 없던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활비와 특경비를 증액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올해 본예산 심의 때 민주당이 전액 삭감했던 항목을 이렇게 되살리는 건 '내로남불' 아니냐며 항의했다. 그러다 갈등이 커졌다.
협상 결렬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배제한 상태로 정부와 예산 심사를 마쳤다. 심사 내역은 이날 본회의 전 예결소위, 예결위 전체회의를 통해 야당에 공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 기초연금 3천억원, 북한 인권 공감대 확산을 위한 예산 2억 6천만원이 깎이고 동광주-광산 고속도로 건설 예산 180억원이 되살아나자 국민의힘은 크게 반발했다.
다만 민주당은 "7월말 휴가철 전에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려면 하루빨리 의결이 필요하다"며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의결 직후 브리핑에서 추경 심사에 불참한 국민의힘을 향해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며 "지금의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에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추경안은 정부가 제출한 30조 5천억원에서 국회 심사과정에 1조가 3천억원 늘어나 31조 8천만원 규모로 의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