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과 기사 내용은 관련이 없음. 황진환 기자"집을 고쳐줄 집주인이 없으니까,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져도 그냥 살아요."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5. 6. 23 [단독] 새마을금고+브로커, 전세사기 불법 대출?…검찰 수사 착수 등)대전 유성구 전민동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 정모(33)씨는 올해로 3년째 금이 간 벽과 물이 새는 천장 아래에서 지내고 있다.
대다수 세입자가 떠나 방치된 이곳 다세대주택은 '유령 건물'로 불린다.
정씨는 "모두 떠나고 단 3가구만 이곳에 살고 있다"며 "사기당한 집에 사는 것도 괴로운데, 황폐한 건물에 여자 혼자 살고 있으니 매일 밤이 무섭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자인 임모(30)씨도 같은 동네의 다가구주택에 3년째 머무르고 있다.
비가 내리면 1층에 빗물이 가득 고여 박스를 덧대 생활하는 게 일상이 됐다. 바람을 막아줄 유리창도 금이 갔지만, 방치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이들이 못 떠나는 이유는 '대항력' 때문이다. 이를 유지해야 떼인 전세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력은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실거주 요건을 갖출 경우,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일정한 배당 우선권을 보장받는 제도다.
본래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전세 사기 앞에서는 전세금도 잃고, 이사도 못 가는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집을 비우면 경매가 진행돼도 '점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돈 한 푼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익은 전세사기 특별법의 사각지대도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특별법 개정안'은 피해자들에게 최대 10년간 무상거주를 지원하지만, 주택 '보수와 수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자체가 피해 주택의 안전 수리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조례 개정과 예산 편성 없이는 현실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임차권 등기' 제도의 낮은 실효성도 지적된다. 임차권 등기는 임차인이 실거주를 하지 않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집이 비워지고 망가지면 경매 낙찰가가 낮아질까, 집을 지키고 있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천장의 누수로 곰팡이가 피어있는 천장. 피해자 정모씨 제공경제적 손해도 이들이 떠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피해자 대부분은 사회 초년생이고, 잃은 돈은 적게는 9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신혼집으로 대전 유성구 문지동의 다가구주택을 계약했다가 전세사기를 당한 이모(35)씨는 무려 1억 7천만 원의 전세금을 날렸다.
이씨는 "혼자였다면 대항력을 유지하기 위해 빈집에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갔을 테지만, 아내의 호소로 막대한 손실을 감안하고 새 보금자리를 찾아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 구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무분별한 대출'을 지목했다.
이들은 한 명의 전세 사기범에게 수백억 원이 몰렸고, 그 자금으로 수십 채의 건물이 지어질 수 있었던 건, 결국 느슨하고 무분별한 대출 심사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검찰은 최근 전세사기 피의자인 부동산 임대사업 대표 A씨가 한밭새마을금고에서만 190억 원을 대출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이씨는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부실도 문제지만, 근본 원인은 결국 한밭새마을금고의 무분별한 대출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세 대출이라는 제도를 나라에서 선심 쓰듯 했지만 역효과에 대한 안전 장치는 전혀 마련 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씨는 "피해자들은 임대업자 한 명이 이 모든 판을 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개업자와 브로커, 은행까지 다 한 통속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은행은 전세사기가 터져도 '돈을 버는 구조'"라며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무작위로 대출을 내주는 금융기관과 전세사기 브로커가 엮인 구조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