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경제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 출범 첫 번째 입법과제로 꼽아 온 상법개정안이 막판 탄력을 받고 있다. 그동안 반대 입장을 견지했던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전방위적 압박 이후 사실상 동의 입장을 시사하고 나서면서다.
국힘 "자본시장법으론 한계…전향적 검토"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의원총회를 거쳐 상법개정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총 직후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근 일부 기업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주권 침해 문제 등 시장 상황 변화를 고려했다"며 입장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송 원내대표가 주주권 침해 사례로 꼽은 '일부 기업'은 롯데렌탈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이른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소액주주들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에서도 "현재 진행형인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지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상법개정안에 대해 기업 경영 위축, 소송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펼쳐 왔다. 윤석열 정권에서 민주당 주도로 이 법이 통과했을 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도 같은 논리였다.
이와 관련, 송 원내대표는 "그동안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해서 대응을 해왔지만, 일부 기업의 행태에 대해서 자본시장법만으로는 주주 가치를 충분히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당내 기류를 전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의 입장 선회는 여당과 정부가 법안 최종 처리 예정일(7월 3일)을 사흘 앞두고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날 "민생 방해세력과는 원칙 없는 협상이나 타협을 하지 않겠다"며 고강도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민주당 "배임죄 부담 완화방안도 검토"
민주당의 경우 법안 처리를 거의 단언하면서도, 일각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부심하는 모습이다. 이날 민주당이 경제6단체와 간담회를 다시 열어 한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 고충을 직접 접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경제계가 우려하는 문제가 발견된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수정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오래 제기된 과제인 만큼 실행하면서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지혜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이 개정안의 내용을 어느 수준까지 강화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혀 지배주주 이익만 대변하는 관행을 막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거부권 행사 이후 최종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가 발의한 법안에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감사 선임시 지배주주가 의결권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하게 제한(3% 룰)하는 등 더 강화된 내용이 담겼다.
법안의 구체적 조문은 법사위를 중심으로 심사될 예정이지만 당내 '코스피 5천 특위'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5가지 모두 당론에 담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상법에 따른 이사 책임 강화가 자칫 배임죄 남발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터.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전제로 배임죄 부담 완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기형 의원은 "기업들의 입장에서 형사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을 다양하게 듣고, 하반기에 특이사항을 논의하면서 정기국회 과정에서 처리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민의힘이 입장 변화를 밝히면서 추가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세제개혁도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이 논의 과정에 포함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