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과 맞물려 지난 2월부터 증가세인 가계대출이 금융당국의 초고강도 규제로 꺾일 전망이다. 구체적인 성과는 8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불장'에 가계대출 10개월 만에 최대
30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이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 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남은 기간 예정된 대출 실행액 규모 등을 고려하면 6월 증가액은 6조원 초반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상 최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9조 7천억원 증가)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들어 우상향 추세를 보인다. 지난 2월 4조 2천억원 증가에 이어 3월(4천억원), 4월(5조 3천억원), 5월(6조원) 등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아파트 가격이 연일 신고가를 쓰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하루 2천억↑…신용대출도 4년 만에 최대
지난 2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 9948억원으로 5월 말보다 4조 9136억원 증가했다.
하루 평균 1890억원 규모로 지난해 8월 3105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기록이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5대 은행의 이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 6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담대(전세자금 대출 포함) 잔액이 597조 6105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3조 9489억원 불었다.
신용대출도 1조 88억원 증가해 2021년 7월(1조 8637억원 증가) 이후 약 4년 만에 최대치를 이미 기록했다. 하루 평균 증가액은 388억원으로 5월 265억원의 1.5배에 달한다.
이 같은 신용대출 증가세는 주택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투자 수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권 대출 '6억' 제한…갭투자 제한 전망
연합뉴스금융당국이 지난 28일부터 적용한 초고강도 대출 규제에 따른 수치적인 성과는 8월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참고기사 : '6억 한도' 초유 등장…바늘구멍 주담대, 서울 집값 잡을까) 주택 거래부터 대출 실행까지 한 두 달에 걸친 시차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날 가계대출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도권 주담대 최대 6억원 제한 △6개월 이내 전입 의무 △전세대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이번 규제로 초고가 주택 거래 둔화와 갭투자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기존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는 소득에 따라 10억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했지만, 수도권 주담대 최대한도 6억원 제한으로 초고가 주택 거래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자기자본으로 조달 가능한 가격대의 주택은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 8억 6천만원까지 주택은 기존에도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면서 "여기에 주담대 시 실거주 의무 부과 및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전세를 활용한 매매거래(갭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박문현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특정 지역이나 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차주의 총부채 수준 및 소득여력 등을 기반으로 한 포괄적 대출 규제 체계를 도입함으로써 정책 강도와 실효성이 과거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 단기적인 시장 개입 차원을 넘어 거시건전성 확보와 금융안정 유지를 위한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6억원 주담대 한도 내에서 매수 가능한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동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