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를 찾아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취임 선서 이후 처음으로 다시 국회를 찾은 이 대통령은 "정부가 추경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며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경안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12.3 불법 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가했다"며 "미국발 관세 충격부터 최근 이스라엘-이란 전쟁까지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추경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말고 의견을 내주시기 바란다"며 "특히 야당 의원들께서도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추경안을 두고 이 대통령은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 생각한다"며 "취임 첫날 첫 행정지시로 비상경제점검TF를 구성하고 경기침체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해 30조5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추경안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심각한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진작 예산 11조3천억원을 편성했다"며 "약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해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이 보편 지급되고 형편과 지역에 따라 최대 52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에 6천억원 국비를 추가 투입해 할인율을 인상하고 발행 규모를 8조원 추가로 확대했다"고도 부연했다.
아울러 추경안에는 SOC 투자, 부동산 PF 시장 유동성 공급 예산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 촉진 예산 3조 9천억원과 소상공인·취약계층 등을 지원하는 민생안정 예산도 5조원 담겼다.
이 대통령은 10조 3천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반영한 데 대해선 "재정 안정성과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 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 해도 필요한 사업만을 적재적소에 집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 내용 설명에 앞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국정 운영 방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본시장도 정상화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 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코스피 5천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 기후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며 "바이오산업과 제조업 혁신, 문화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외교에 있어서는 국제 질서 변화 대응을 위해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자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감사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며 자제를 요청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한 일"이라며 "평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서도 "간곡하게 협조 요청을 드린다"며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모두가 최소한의 합의를 꼭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규칙을 어겨서는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켜도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모두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공정하게 노력해서 일궈낸 정당한 성공에는 우리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그런 합리적인 사회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행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며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