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상 처음으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는 홍콩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 브릭스 세력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브라질 정부에 시 주석이 다른 일정과 겹쳐 리창 국무원 총리가 대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는 다음 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에도 화상으로 연설을 하는 등 2013년 취임 이후 브릭스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해왔다.
지난 2023년 남아공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의 연설이 돌연 취소되고, 대신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이 연설문을 대독한 적은 있지만 시 주석이 회의 자체를 불참한 적은 없다.
중국 측은 시주석의 불참 이유로 "시 주석과 룰라 대통령 간 회동이 지난 2023년 두 차례, 지난 5월 한 차례 등 최근 잦았기 때문에 불참을 결정했다"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대외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룰라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국빈 만찬에 초대한 것이 진짜 이유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SMCP는 전했다. 시 주석이 조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대미 무역비중이 높은 브라질이 자국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도 읽힌다.
여기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브릭스를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도국들) 규합의 핵심 도구로 삼고 싶어하지만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브라질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2023년 시 주석의 갑작스런 연설 취소도 시 주석이 회원국 대폭 확대를 주장한 가운데 룰라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가 의기투합해 신중론을 펴며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2006년 출범해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 회원국 체제를 유지하던 브릭스는 지난해와 올해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가 새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