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제공프랭크 허버트의 고전 SF '듄(DUNE)'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듄 그래픽노블' 시리즈가 마지막 권 '예언자' 출간으로 완간됐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번 그래픽노블은 원작 소설 '듄' 제1권 전체 내용을 충실히 각색한 것으로, 원작에 담긴 방대한 세계관과 상징을 시각적 언어로 담아낸 프로젝트다.
그래픽노블 각색은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의 아들 브라이언 허버트와 케빈 J. 앤더슨이 맡았으며, 그림은 라울 앨런과 파트리샤 마르틴이 공동 작업했다. 전 3권 중 마지막 권인 '듄 그래픽노블 3: 예언자'는 폴 아트레이데스가 '무아딥'으로 각성하고, 황제 및 하코넨 가문과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서사를 담았다.
1965년 네뷸러상 첫 수상작이자 이듬해 휴고상 공동 수상작으로, 전 세계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가장 영향력 있는 SF 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 '듄'의 스핀오프작 그래픽노블 시리즈는 영화화 과정에서 생략된 '폴의 아들', '여동생 알리아의 성장', '황제와의 정면 대결' 등 주요 서사를 풀컬러 일러스트로 복원한 점이 특징이다.
프랭크 허버트 글 | 라울 앨런·파트리샤 마르틴 그림 외 | 황금가지 | 192쪽
에이플랫 제공
좀비 아포칼립스, 인공지능과 인간의 생존 게임, 그리고 끝끝내 살아남으려는 한 소녀의 외침이 어우러진 독창적 SF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푸른문학상 수상 작가 김영리가 쓴 '둠스데이 프린세스'는 장르를 넘나드는 파격적 설정 위에 고독과 연대, 복수와 성장의 서사를 더한 생존 판타지다.
주인공 '김존자'는 세상의 종말을 준비해온 프레퍼족 부모 밑에서 생존만을 배워온 소녀다. 부모의 죽음 이후 자신을 버린 조국 게르빌을 향한 복수심으로 '허큘리스 쇼'라는 국가 주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하지만, 예상치 못한 좀비 습격으로 폐쇄된 타워 안에 갇힌다.
이기려는 인간, 먹으려는 좀비, 나가려는 기계—타워 안은 세 가지 욕망이 뒤엉킨 아수라장이 되고, 존자는 할아버지라 불리는 김덕배, 쫄보 구울, 옛 스승의 딸 이하나와 함께 탈출을 도모한다. 하지만 통제 시스템은 인공지능에게 넘어갔고, 탈출을 위해선 끝까지 쇼를 이어가야만 한다.
작품은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폐허 위에서 고독하게 자라난 한 소녀가 타인과 연대하며 서서히 감정을 회복하고, 살아남는 데서 '함께 살아가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을 그린다. 빠르게 전개되는 서사, 냉소와 투쟁 사이에서 서서히 움트는 인간성 회복의 뉘앙스가 인상적이다.
김영리 자음 | 에이플랫 | 304쪽
텍스티 제공 인간의 감정과 문명을 압도하는 초월적 존재를 마주할 때, 우리는 누구의 손을 잡고 있을 수 있을까. 책 '당신의 잘린, 손'은 '같은 문장, 다른 시선'이라는 실험적 기획 아래, '손'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두 편의 전혀 다른 단편소설을 선보인다.
재난 이후의 죄책감과 상실을 다룬 배예람의 '무악의 손님'과, 초월적 존재에 맞선 인간 문명의 허상을 그린 클레이븐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은 동일한 소재를 통해 극명하게 다른 세계를 구축한다.
'무악의 손님'은 해일로 동생을 잃고 살아남은 주인공이 20년 만에 재난의 도시 무악을 다시 찾아 거대한 '손'과 마주하며 죄책감과 상실의 시간을 되짚는다. 고통과 기억의 지속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다.
반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손'은 태평양 외딴섬에서 시작된 미지의 재앙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인간 문명이 무력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다. 과학과 문명의 오만이 불러온 파국 속, 인간은 손을 잃고, 스스로의 위치를 되묻는다.
광활한 공포와 세밀한 감정이 교차하는 이 책은, 오늘날의 세계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강렬한 코스믹 호러의 서사다.
배예람·클레이븐 지음 | 텍스티 | 28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