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부산의 바다, 시민에게 열려 있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 간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다.김 비대위원장은 개혁 의지가 있다면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당 쇄신안'을 즉각 실행해야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송 원내대표는 선수별 연쇄 간담회를 통해
'혁신위원회 발족'을 사실상 굳히는 모양새다.
김용태 "혁신위? 단순한 걸 왜 복잡하게 만드나"
김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원내대표가 전날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혁신위원회를 '원내 기구'로 설치하자는 의견을 낸 것과 관련, "원내대표의 혁신 의지는 존중하지만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당원들의 개혁안 의지를 모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위원장도 혁신 의지가 강하고, 새로 뽑힌 원내대표도 혁신 의지가 강하다면 지금 바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되는데 혁신위를 통해 공전(空轉)시키겠다는 것은 많은 시민들로 하여금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치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것이지, (반대로)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9월 초까지 전당대회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교체 관련 당무감사 △당심·민심을 반영한 당론 제도화 △100% 상향식 공천 등의 5대 혁신안을 제시했는데, 구(舊)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는 당내 분열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까지 이틀간 이어진 송 원내대표의 릴레이 간담회에서 '당원 조사가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 '개혁은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등의 지적도 나왔다는 질의에 대해 "저는 당 비대위원장이다. 107명의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70만 명의 당원들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선수별 의원들의 의견 경청이 원내 사령탑에게 중요한 과정이듯, 당원 여론조사는 정당성 있는 당론(黨論)을 다질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대화하고 설득을 할 수 있는 갈등 해결의 시작점인데 이를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송언석 "혁신위 출범엔 중지 모여···정치적 의사결정 필요할 수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당 3선, 4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는 '면피용'이 아니라 되레 김 위원장의 혁신 의지를 계승하는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오전 2시간에 걸쳐 4선 이상·3선 의원들과 차례로 간담회를 가진 송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 발언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혁신위는 개혁을) 공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의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고뇌에 찬 제안을 다듬고 확장·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답변했다.
또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 제안 취지엔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간담회에서) 혁신위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해 주셨다"고 했다. 딱히 정해 둔 시한은 없지만, 필요성에는 중지가 모인 만큼 최대한 빠르게 구성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기 전당대회' 역시 원내대표 선거 당시부터 확인한 의원들의 총의임을 강조했다. 전대 준비사항을 의결해야 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비대위가 김 위원장 외 진공 상태란 점을 짚으면서 "다소 정치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도 남겼다.
이달 30일 김 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면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거나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직접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인지 재차 묻자, 송 원내대표는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결정"이라며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거듭 당위성을 내세운 당원 여론조사에 관해선 "그 자체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고, 그래도 한 번쯤 해볼 만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뚜렷한 결론을 낼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혁신위에서 김 위원장 혁신안을 포함해 논의를 하자는 쪽의 의원들이 좀 더 다수"라고 답했다.
3선 이상 중진들, 조기전대 전제한 혁신위에 힘 실어
3선 이상 중진들은 송 원내대표의
혁신위 카드에 조금 더 기운 양상이다. 특히 당초 김 위원장 쇄신안에 힘을 보태는 취지에서,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을 밀었던 친한(친한동훈)계도 '8월 전대'를 전제한 혁신위 신설에 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김 위원장의 혁신안을 계승할 수 있는 혁신위가 꾸려져야 한다는 게 (다수) 우리 중진들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한 당헌당규상 당 기구인 혁신위를 원내대표 산하 원내 기구로 두자는 제언도 합리적이라고 봤다. 조 의원은 "당 밖에서 당을 잘 모르는 혁신위원장이 오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며
"당을 잘 알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 혁신위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조배숙 의원은 "혁신위는 필요하다. 다만, 방법의 문제"라고 했고, 나경원 의원 또한 "원내 혁신, 정치 혁신 등 혁신위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4선 이상 간담회에서는 조경태 의원을 혁신위원장 후보로 추천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 쓴 소리를 낼 줄 알면서도, 다선으로 당내 입지가 확실한 인물이 총대를 메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김용태 쇄신안' 관련 온도 차는 여전하다. 찬탄(탄핵 찬성)파였던 조 의원은 "민심을 따라가야 다음에 표를 얻지, 왜곡된 당심은 이번 선거에서도 봤듯 필패"라고 한 데 반해, 나 의원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김문수 전) 대통령 후보가 지명해 정당성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개혁안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형식 등도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