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식품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에 섰다. 창업 진입장벽은 높고 연구개발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글로벌 시장의 벽은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하 식품진흥원)이 식품 산업의 뿌리를 다지고 줄기를 키우는 핵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창업 지원부터 첨단 장비 인프라 제공, 기술 사업화, 그리고 민간 투자 연결까지. 식품진흥원은 단순한 지원 기관이 아니라 산업의 전 주기적 성장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컨트롤타워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열린 것이 바로, '2025 농식품 기술 투자 로드쇼'다.
2025 농식품 기술투자 로드쇼 현장. 노컷뉴스 유보리PD기술 기반 식품 창업, 투자를 만나다
지난달 26일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개최된 '2025 농식품 기술 투자 로드쇼'는 단순한 IR 행사나 제품 홍보 자리가 아니었다. 이 행사는 기술을 보유한 식품 스타트업이 '실질적인 투자처'를 만나는 구조적 플랫폼을 지향했다.
식품진흥원은 이번 로드쇼에서 입주기업, 투자자, 정책 담당자가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촌진흥청 등 유관 기관과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농식품 기술 투자 로드쇼'는 2022년 첫 개최 이후 해마다 규모와 내실을 더해가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추천기업 52개사, 글로벌 투자사 등 투자·유통 전문가 총 236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시 부스도 2개 늘려 제품 전시 및 상담 공간 역시 확대했다. 또한 사전 제작한 디렉토리 북을 제작하여 기업-투자자 간 연결의 밀도를 높였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김덕호 이사장 인터뷰. 노컷TV 캡처로드쇼, '정책과 시장의 간극'을 메우다
식품진흥원 김덕호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기술은 시장에서 먹히고 팔려야 진짜 혁신"이라며 "식품 산업의 미래가 기술과 투자, 그리고 청년 세대(MZ)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했다.
김 이사장은 푸드테크와 지역 클러스터화, 글로벌 진출을 식품 산업의 3대 혁신 방향을 제시하며 8만 4천여 식품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정책, 기업, 자본이 만나는 접점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식품진흥원 관계자는 "단순한 상담 행사가 아니라, 입주기업의 투자 매력도 향상을 위한 사전 컨설팅, 후속 연계 프로그램, 홍보 콘텐츠 제작까지 포함된 풀 패키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창업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투자 가능성 제고'와 '시장 진입 후 지속성장'을 동시 추구하는 구조다.
왼쪽부터 레드로즈빈 한은경 대표, 비응도등대가(한담장) 김삼성 대표, 요담엔 장준혁 대표. 노컷TV캡처투자 유치의 성과, 창업자의 목소리로 증명되다
이날 로드쇼에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활발히 준비 중인 입주기업들이 참여했다.
팥을 주재료로 특허 기술을 가지고 저당 초콜릿과 차를 제조하는 '레드로즈빈'의 한은경 대표는 행사를 통해 두 곳의 기업체로부터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식품진흥원은 청년 창업가들의 꿈이 멈춰 있을 순간에 위로 끌어올려 주는 곳"이라며 "로드쇼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걸어왔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뜻깊었다"고 말했다.
군산 비응도에서 온 비응도등대가(한담장) 김삼성 대표는 전통이라는 자산에 기술을 얹는 시도에 투자자들이 흥미를 보였고, 실제로 여러 후속 상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춰 간편식 간장게장을 선보이며 이미 일본 오사카, 중국 내몽골, 미국 샌디에이고 등지로 수출을 시작한 김 대표는 "수출에 있어 선배 기업과의 네트워킹, 만남의 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통주 복합문화공간 '요담엔'을 운영하는 국내 최연소 양조사 장준혁 대표는 "식품을 활용해 다양한 파생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여러 바이어와 투자자를 만나 회사의 방향성과 고도화 전략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이어 "식품클러스터는 공유주방과 시제품 제작 시설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창업 3년 차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2025 농식품 기술투자 로드쇼 현장. 노컷TV 유보리PD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식품진흥원의 다층적 역할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이번 로드쇼는 인상 깊은 기회였다. 현장을 찾은 한 엑셀러레이터는 "기업, 유통, 투자사가 한 공간에 있는 이런 행사가 흔치 않다"며 "기업들의 제품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판매 전략과 투자 밸류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제품 전시와 시연회뿐만 아니라, 투자유치 전략 및 정보 공유를 위한 성공사례 발표와 각 기업이 기술력과 시장 가능성을 직접 소개하는 투자설명회(IR)가 열려 ㈜에이지엣랩스, ㈜엔바이오스, ㈜에이오팜, ㈜올다인, ㈜에프엘컴퍼니 등이 발표 기업으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실질적 투자 연계를 목표로 한 1:1 매칭 투자상담회도 함께 열려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탑엔젤파트너스, 현대기술투자, NH벤처투자, CJ제일제당, 퓨처플레이 등 업계 핵심 투자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면밀한 상담을 통해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진정성 있는 만남이 이어졌다.
'농식품 기술 투자 로드쇼'는 단순한 홍보성 이벤트를 넘어, 농식품 스타트업의 투자 생태계를 연결하고,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들의 도약을 지원하는 실질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식품진흥원은 로드쇼 이후에도 기업 맞춤형 후속 지원, 마케팅 컨설팅,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할 계획이다. 창업부터 투자, 글로벌 확장까지 연결된 '식품 기술 성장 트랙'이 정착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