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영사협의회. 외교부 제공한국과 러시아가 7년 만에 출입국 문제 전반을 논의하는 영사협의회를 재개했다. 러북 군사협력으로 한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종전 이후 관계모색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윤주석 영사안전국장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알렉세이 클리모프 러시아 외교부 영사국장과 한러 영사협의회를 개최해 양국 영사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이번 영사협의회는 2018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7차 회의 이후 7년 만에 재개됐다. 이후 코로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각각 이어지면서 회의는 중단돼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1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활동하다 간첩 혐의로 체포된 선교사 백 모씨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석방 등에 관한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영사협의회 재개를 향후 한러관계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종전협상이 시작되면서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덜한 자국민 보호 등의 분야에서부터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는 평가다.
영사 분야뿐 아니라 문화협력 분야에서 러시아와 최소한의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미하일 슈비드코이 러시아 대통령 국제문화협력 특별대표는 주한러시아대사관 초청으로 방한해 인문교류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전쟁 상황에도 양국 간의 기본적인 외교라인은 유지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게 열어두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했고, 러시아도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며 한러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종전 이후 경제와 재건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유인이 늘어나고 있고, 우리 정부 또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러시아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한러관계 정상화의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읽힌다. 현재까지는 종전협상이 지지부진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공식 방문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당장의 관계개선이나 활발한 교류의 의미가 되진 않을 것 같다"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관계모색을 말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