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버디 힐드와 지미 버틀러. 연합뉴스 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2024-2025 미국프로농구(NBA)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2라운드 1차전.
골든스테이트의 간판 스타 스테픈 커리가 2쿼터 도중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고 코트를 떠났다. 원인은 햄스트링 통증. 휴식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프로스포츠 선수에게는 최악의 부상 중 하나다.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곧 커리가 이날 경기에 더 이상 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커리가 빠질 때 스코어는 30-20이었고 남은 시간은 8분 남짓이었다. 골든스테이트가 강력한 수비, 미네소타의 외곽 난조에 힘입어 초반 주도권을 잡았지만 커리의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 미네소타의 외곽은 심각했다. 2쿼터까지 3점슛 15개를 던져 모두 놓쳤다. 에이스 앤서니 에드워즈는 전반 무득점에 그쳤다.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의 부상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오히려 점수차를 벌리며 전반을 44-31로 끝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홈 팬들 앞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골든스테이트는 팀 공격의 핵심을 잃은 상태였다. 잔여 시간 24분 앞에서 13점 차는 큰 점수차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결론부터 전하자면, 골든스테이트는 1차전을 99-88로 이겼다. 커리가 없는 3쿼터 12분 싸움에서 미네소타를 36-29로 압도했다. 4쿼터 들어 두 차례 미네소타의 강한 반격에 주춤했지만 고비들을 잘 이겨내고 두 자릿수 점수차 승리를 지켰다(이로써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 4경기를 모두 원정 팀이 잡아내는 NBA 최초의 역사가 쓰여졌다).
드레이먼드 그린은 수비의 버팀목이었다. 버디 힐드는 커리가 자주 시도하는 '리로케이션(relocation)' 3점슛을 시도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과 정확한 슈팅으로 에이스의 공백을 메웠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조나단 쿠밍가와 팻 스펜서도 제 몫을 해냈다.
미네소타는 4쿼터 초반 점수차를 10점 이내로 좁혔다. 나즈 리드가 외곽에서 힘을 냈고 '에펠탑' 루디 고베어가 골밑을 지배했다. 스몰 라인업의 한계였다. 게다가 그린은 5번째 반칙을 범했다.
그러자 스티브 커 감독이 움직였다. 베테랑 케본 루니를 투입했다. 루니는 지난 10년 동안 골밑 부스터가 필요할 때마다 커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항상 기대치를 채웠다. 이날도 그랬다. 루니가 들어간 골든스테이트는 골밑 수비가 살아났고 오히려 미네소타 골밑을 상대로 공격 리바운드를 따냈다.
미네소타는 4쿼터 중후반 또 한 번 강한 반격을 펼쳤지만 코트에는 지미 버틀러가 있었다. 버틀러는 안정된 경기 운영과 템포 조절로 침착하게 대응했다. 20점 11리바운드 8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한 버틀러는 41분 동안 뛰면서 실책을 1개밖에 범하지 않았다. 이게 결정적이었다.
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버틀러를 극찬했다. 4쿼터 승부처에서 버틀러 손에 공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편안하다고 했다. 커 감독은 "경기를 읽는 능력과 템포를 조절하는 능력은 그 어떤 스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커 감독은 커리가 이틀 후에 열리는 2차전에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아직 정밀 진단을 받지는 않았고 회복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이 명확해 보이지만 일단 예방 차원에서 2차전 결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이제 버틀러의 시간이다. 워리어스는 지난 2월 버틀러를 영입한 후 23승 8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커 감독은 "지미 버틀러 트레이드가 우리의 시즌을 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버틀러는 지난 다섯 시즌 동안 마이애미 히트 소속으로 두 차례나 NBA 파이널에 진출한 이 시대의 스타다. 파이널에 진출했을 때마다 마이애미가 우승후보급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버틀러는 늘 예상을 깼고 기대를 뛰어넘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7번 시드로 출발한 골든스테이트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7차전 접전 끝에 2번 시드 휴스턴 로켓츠를 꺾은 것 만으로도 "버틀러 트레이드는 대성공"이라고 평가했지만 버틀러는 이제 그 이상을 노린다. 게다가 상대는 친정팀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한다. 1차전에서는 그랬다. 힐드는 24점(3점슛 5개)을 퍼부었고 그린은 18점(3점슛 4개) 8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만만치 않다. 1라운드에서 루카 돈치치와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를 5경기 만에 무너뜨린 팀이다. 에드워즈(23점, 후반에 부활했다)가 살아나고 팀 3점슛(총 29개 시도, 5개 성공, 적중률 17.2%)이 제 궤도에 오르면 얼마든지 반격이 가능한 팀이다. 팀은 졌지만 높이 경쟁력을 확인한 시리즈 첫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