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오버 호텔' 한 장면. 메치컷 제공'내가 사는 세상', '파도를 걷는 소년', '여섯 개의 밤' 등 일상의 변곡점을 포착해 온 최창환 감독의 신작 '레이오버 호텔'이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오는 5월 1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특히, 영화는 부산에 기반을 두고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성과물을 내놓은 매치컷㈜이 제작해 눈길을 끈다.
작품은 항공기 고장으로 일본 기타큐슈에 불시착한 런던행 비행기의 여섯 승객이 항공사가 제공한 '레이오버 호텔'에 머무르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옴니버스 형식 속에서 우연한 체류를 통해 각 인물의 균열, 재회, 고백, 성장의 순간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마르틴 부버의 인용으로 시작되는 '레이오버 호텔'은 삶의 우연성과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을 여섯 개의 얼굴을 통해 비춘다.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영화는, 여행 태도의 차이로 충돌하는 친구 '수연'과 '문영'(안소희, 박정연), 보호자-아이 관계 속에서 감정의 전환을 겪는 승무원 '윤주'와 소녀 '지수'(정연주, 박예린), 고요한 생일 밤에 감정을 나누는 '민희'와 '찬영'(박소진, 안동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멀티캐스팅의 우아한 조화, 일본 올 로케이션의 생경함
'레이오버 호텔'은 한국 독립영화에서는 드물게 여섯 명의 주연 배우가 각기 다른 에피소드의 중심에 서며, 탁월한 앙상블을 완성해 낸다. 안소희, 박정연, 정연주, 박예린, 박소진, 안동구-다채로운 경력과 감정을 지닌 이들은 영화, 드라마, 연극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 온 배우들이다. 이들이 함께 만든 조화로운 호흡은 영화의 밀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다.
특히, 일본 기타큐슈에서 진행된 올 로케이션 촬영은 낯선 도시의 공기와 리듬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각 에피소드의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의 정서에 깊이 개입하는 '또 다른 등장인물'로 기능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감각의 서사를 제공한다.
'레이오버 호텔' 한 장면. 메치컷 제공
첫 번째 이야기 '팃포탯'에서는 친구 사이의 균열을 그린 안소희(수연 역)와 박정연(문영 역)의 깊이 있는 연기가 빛난다. 안소희는 '싱글라이더', '달이 지는 밤' 등에서 내면의 결을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여온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도 예민하고 직관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박정연은 드라마 '연인' 으로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중이며, 이번 작품에서는 계획적인 인물을 차분하게 풀어내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두 번째 이야기 '비동반 소아 서비스'에서는 정연주(윤주 역)와 박예린(지수 역)이 절제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정연주는 '뷰티풀 뱀파이어', '긴 하루' 등에서 다층적인 감정을 조율해온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는 어른이면서도 아이에게 배우는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박예린은 '승리호'의 '강꽃님'으로 이름을 알린 후, '3일의 휴가', '니코: 오로라 원정대의 모험' 등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마지막 이야기 '언해피 버스데이'에서는 박소진(민희 역)과 안동구(찬영 역)가 조용한 감정선의 진폭을 인상 깊게 표현한다. 박소진은 드라마 '새벽 2시의 신데렐라'와 영화 '결혼, 하겠나?'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해온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는 내면의 고독을 간결한 톤으로 담아낸다.
안동구는 '그 해 우리는', '법대로 사랑하라',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등에서 보여준 연기력과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진심 어린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최창환 감독과 전주국제영화제의 여섯 번째 만남
'내가 사는 세상', '파도를 걷는 소년', '식물카페, 온정', '여섯 개의 밤', '수학영재 형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연이어 소개된 전작들에 이어, '레이오버 호텔'은 감독의 여섯 번째 전주 초청작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여정이 예정된 궤도를 벗어난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느끼고, 이해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담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오는 4월 30일 오후 6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는 주연 배우 안소희, 박정연, 정연주, 박예린, 박소진, 안동구와 최창환 감독이 참석한다.
'레이오버 호텔'은 5월 1일 오전 10시,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며, 상영 직후 관객과의 대화(GV)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