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급식 배식 받는 둔산여고 학생들. 연합뉴스조리원 처우 개선 문제로 촉발된 대전 지역 일부 학교의 급식 중단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갈등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대전교육청은 대책 마련에 한창이지만, 노조 측은 교육당국의 대응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5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조리원 이탈과 학교 운영위원회 판단 등에 따라 급식이 중단된 글꽃중과 둔산여고에서 여전히 급식이 멈춘 상태다.
중식 급식이 중단된 글꽃중 학생들은 현재 대체식으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이 학교 급식 인원은 학생 907명을 포함해 모두 980명에 달한다.
도시락 제공을 위해 교육청은 인건비를 빼고 식품비와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하며 급식비를 8천 원까지 맞췄다.
이 학교 조리원들은 미역 자르기와 달걀 까기 등 식재료 손질 업무를 거부하면서 학교 측과 갈등을 이어왔다. 지난 11일 급식 배식 후 식판 등을 씻지 않고 전원 퇴근한 뒤 다음 달 2일까지 단체 병가를 쓰는 방식으로 쟁의 행위를 하고 있다.
석식 급식이 멈춘 둔산여고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도시락을 싸 오거나 인근 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
이 학교 조리원들도 국그릇 사용과 교직원 배식대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서는 등 학교 측과 갈등을 빚었다. 학교 측은 국물이 있는 음식을 별도 용기에 담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조리원들은 세척 업무 과중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양질의 저녁 급식이 어렵다는 학부모 등 학교 운영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지난 2일부터 석식 급식을 중단했다.
대전교육청 전경. 대전교육청 제공급식 중단이 자칫 다른 학교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교육청은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교육청은 조리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배치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안정적인 급식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선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조리원 병가 등 휴가 사용 시 교육청에서 대체전담조리원을 채용해 학교 또는 지원청 등에 배치하고 학교에서 대체 전담 인력 요청이 있으면 해당 학교의 조리원 업무를 지원하는 대체 인력제 도입도 구상 중이다. 도입 타당성 분석과 운영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를 진행한 교육청은 교육지원청 관련 부서와 영양교사 등으로 지원 조직을 꾸려 학교 현장 등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청은 "조리원 배치 기준 개선과 대체전담인력제 도입을 통해 업무강도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며 "다만 학생 수가 지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에 현행 인력 구조 안에서 효율을 높일 방안을 먼저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척 공정 자동화 기구 등 현대식·자동화 급식 기구를 지속해서 확충하고 지원해 조리 환경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부연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기자회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하지만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교육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지적하며 "식재료 조정과 조리 공정 간소화를 요구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체전담인력제 도입은 "그간 노조의 요구로 이제야 추진되고 있다"고 했다.
교직원 배식대를 두고서는 "학교 급식에서 어른 밥상 따로 차리고 학생들 밥상 따로 차리는 일"이라며 "현행법상 학교 급식 대상은 학생들이며 그동안 교직원이 급식비를 내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비노조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속해야 한다"며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