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낸 산불이 영남권을 강타한 가운데, 산불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할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가 부실한 정보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림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산림청 홈페이지는 지난 25일 한때 접속 장애를 겪었다. 산불 소식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이날 약 1100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전날에도 800만명이 접속했다.
산림청 홈페이지 캡처
산림청 홈페이지에 실제로 접속해 보면, 빠르게 확산되는 산불 정보를 제대로 담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첫 화면 오른쪽에 있는 '실시간 산불 정보'에는 단순히 '진화 중 3건, 진화 완료 0건'이라는 문구만 표시돼 있었다.
'더 보기'를 누르면 산불 발생 지역별 진화율이 숫자로 표시된 간략한 목록이 나왔다. 예컨대 경남 산청군 신등면 신천리 산불은 진화율 90%,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와 안계면 양곡리는 각각 68%, 66%였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9시 발표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자료를 보면 경북 의성, 안동, 양양, 청송, 그리고 경남 산청·하동 등에서 산불이 계속되고 있었고, 진화율도 95%에서 65%까지 다양했다. 특히 산림청 홈페이지에는 빠져 있었던 영덕 산불의 진화율이 가장 낮았다.
정부의 공식 재난 안내 사이트인 국민재난안전포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국민에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포털 첫 화면에서는 전국 각 지자체가 보낸 산불 주의 당부 문자 외에 실질적인 정보는 없었다.
'재난 현황' 메뉴에서 산불을 클릭하면, 대설주의보나 건조주의보 해제·변경 등 기상 특보가 주르르 뜰 뿐이었다. '재난·안전 뉴스' 탭에는 특정 통신사 기사들이 나열돼 있었고, 그 중에는 산불과 직접 관련 없는 소방 설비 관련 주식 기사도 포함돼 있었다.
경북재난안전포털 홈페이지 캡처 산불 피해가 집중된 경상북도청 홈페이지도 아쉬움을 남겼다. 첫 화면에는 경북 의성 등 4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는 문구와 함께 "지금 주변 상황을 확인하라"는 안내문이 떠 있었지만, 정작 산불 관련 구체적인 정보는 없었다.
'산불 발생 시 국민행동요령' 버튼을 누르면 산림청 홈페이지로 연결됐고, '재난안전 상황정보' 메뉴는 국민재난안전포털로 이동됐다. 경북재난안전포털에서는 각 지역의 0mm 강수량 정보만 반복해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홈페이지 상단의 산불 경고 배너가 유일한 산불 관련 정보였고, '산불 진화 현황' 버튼은 경북도청 페이스북 계정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게시물은 18시간째 업데이트가 없는 상태였고, 페이스북 계정이 없으면 열람 자체가 불가능했다.
개별 피해 지자체 홈페이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동시청 홈페이지에는 산불 진화율과 인력, 산불 지도를 보여주는 상세한 산불 상황도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지만, 변동이 잦은 대피소 현황은 19시간째 갱신되지 않고 있었다.
산청군 홈페이지는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접속자 수가 급증했고, 인기 검색어 1위도 '산불'이었다. 그러나 실제 홈페이지에는 산불 피해 복구 성금 모금 안내 팝업 외에,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가장 최근 공지사항은 지역 축제 홍보 글이었다.
의성군 홈페이지는 뒤늦게 산불 소식을 전했다. 산불이 가장 격렬하던 26일에는 아무런 안내가 없었고, 불길이 잦아들던 28일에야 산불 관련 경고 문구가 올라왔다.
산림청 제공이처럼 재난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지자체 홈페이지들은 그에 걸맞은 정보 전달력과 현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정보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업데이트는 늦거나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산림청과 각 지자체, 재난 포털 등 정보 제공 주체들이 제각각 따로 움직이면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대학교 소방안전공학과 방창훈 교수는 "유튜브, 인터넷 등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매체가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늦어보일 수는 있겠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신뢰성을 위한 자료 검증에 시간이 걸려 늦을 수밖에 없다"며 "상위 기관의 재정 및 자료 지원이 필요하다. 공식 자료를 받고 각 지자체에 전달하는 식으로 시스템 구축을 해나가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