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고(故) 윤승주 일병 유족들은 국가인권위원회 14층 전원위원회실 앞에서 "김용원은 사퇴하라", "김용원을 배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희영 기자육군 28사단 고(故) 윤승주 일병 사망사건 11주기를 맞아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상임위원인 김용원 군인권보호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유족들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일병 사건 진상 규명 진정 사건에서 배제된 김용원이 심의에 관여하거나 발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일병 어머니 안미자씨는 "2014년 4월 7일 우리 승주는 군대에서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와 무자비한 폭력으로 살해돼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아름다운 계절인 봄이 찾아오지만, 4월이 가까워지면 11년이 지나도 아물지 못한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안씨는 "승주를 살해한 자들은 이미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 구타가 아닌 만두 먹다가 질식사했다고 조작·은폐했던 군의 잘못은 아직도 밝히지 못했다"며 "진실을 알고자 인권위 문을 여러 번 두드렸지만, 만족할 만한 답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2022년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출범했을 때는 군사망 유가족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면서도 "하지만 군대 내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이라는 자가 이 귀한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욕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채해병 죽음의 진실을 밝힌 박정훈 대령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 자신을 비판한 우리에게 보복하듯 윤일병 진상 규명 사건을 각하하고, 항의하는 유족과 인권활동가를 고소·고발했다"며 "이제는 계엄 세력과 윤석열 지킴이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은 인권위 14층 전원위원회실 앞으로 행진하며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회의실 앞에서 "김용원은 사퇴하라", "김용원을 배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10시쯤 '제4차 군인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윤 일병 사망 원인 은폐·조작 의혹과 관련한 진정 사건을 비공개로 심의했다. 해당 심의는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인정돼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진 김 보호관을 대신해, 남규선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아 진행했다.
한편 '군인권보호관'은 군대 내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와 정책 등을 권고하는 자리로, 2014년 육군의 사인 조작·은폐 시도가 있었던 '고(故) 윤승주 일병 사건' 이후 도입이 논의됐다. 이후 2021년 공군에서 성폭력 사건을 방치해 피해자가 숨진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으로 논의가 본격화돼 2022년 7월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