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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막막하다" 실의에 찬 의성 산불 이재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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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곽재화 수습기자산불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곽재화 수습기자
27일 오전. 대형 산불이 시작된 경북 의성에 가까워질 수록 고속도로에 뿌연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의성 내 곳곳에는 매캐한 탄내가 퍼져 있었다.

간신히 화마를 피해 의성체육관에 모인 주민 100여명은 실의에 찬 얼굴이었다.

30년간 산 집이 모두 타버렸다는 단촌면 주민 A(67)씨는 "사는 게 막막하다. 죽지는 못하고…"라며 한숨을 내뱉었다.

A씨는 "갑자기 불이 들이닥쳐서 옷과 평소 복용하던 약도 못 건져 나왔다. 가족사진과 앨범도 다 타버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7일 산불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곽재화 기자27일 산불 대피소인 의성체육관. 곽재화 기자
A씨의 남편 건모(73)씨는 "기초수급자인데 집이 다 타버렸고 이제 집도 못 짓지 않겠나. 살림과 가재도구도 다 탔다"며 울먹였다.

건씨는 "여기(대피소)에 있다가 나가면 당장 갈 데도 없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단촌면 주민 김외선(77)씨는 "저녁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집 두 채가 다 탔다. 죽은 목숨이고 완전 거지가 되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귀에 핏자국이 묻은 의성읍 중리3리 주민 문재훈(73)씨는 대피 중 다쳤다고 했다. 벌써 닷새째 이 곳에 머물고 있는 문씨는 "불이 막 완전히 다 붙어서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문씨는 "염소, 닭, 개 등 키우던 짐승들이 다 죽었다. 가둬뒀으니 그대로 죽어버렸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성읍 팔성리에 주민 60대 B씨는 "어떤 동네사람은 염소새끼가 태어나자마자 타죽었다고 펑펑 울더라"며 "이런 대피 공간이라도 있어서 감사하다. 누울 공간이라도 있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현재 의성에서는 1200여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에도 안동 3508명, 청송 8010명, 영양 1343명, 영덕 1389명, 울진 37명이 집을 잃었거나 화마를 피해 대피해 있다.

총 대피 인원은 1만5천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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