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와 사투 벌이는 산불진화대원들. 연합뉴스70대 산불진화대 응시자가 체력검정 시험을 치르던 도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유족이 전남 장성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이하 노동안전지킴이)는 지난 1월 전남 장성호 수변 공원 일대에서 열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채용을 위한 체력시험 도중 숨진 응시자 A(76)씨의 유족이 전남 장성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24일 밝혔다.
유족 측에 따르면 당시 산불진화대 체력검정은 15kg 가량인 등짐펌프를 메고 장성댐 상부까지 38미터, 200여개 계단(아파트 10층을 넘는 높이)을 빨리 올라야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숨진 A씨는 계단을 거의 오른 뒤 주저앉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다시 끝까지 완주한 뒤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A씨는 신고 당시엔 호흡과 의식이 있었지만 사고 발생 추정 시각 14분 뒤 119구급차 도착하기 직전 호흡이 멈췄고 현장 CPR을 진행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산림청 산불감시원 운영규정과 산불진화대 일자리사업 지침에 따르면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고 응급의료인력(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를 대기시켜야 한다.
자동제세동기 같은 응급의료장비를 비치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을 위해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또 체력검정은 응시자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장소에서 걷기 및 지구력 측정 위주로 실시하도록 했다. 순발력이나 근력을 테스트하는 단거리 달리기는 금지하고 뛰는 경우 배점 30점 가운데 10점을 감점하라며 세부적인 지침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성군은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지 않았고 심장마비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제세동기)도 비치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체감온도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 체력검정이 진행됐는데도 준비운동과 같은 사전 조치도 없었다는 것이 유족측의 지적이다.
당시 산불진화대 지원자 76명 중 70세 이상이 27명으로 전체 지원자의 1/3을 넘었다.
유족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무리한 체력검정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사고 후 대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급차와 응급구조인력이 배치됐다면 바로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을 대리한 김성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광주사무소)는 "사고 이후 장성군은 구체적인 입장이나 손해배상에 대한 입장, 보상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없다"며 "지자체가 안전 관리 의무에 대한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은 만큼 책임을 중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씨 유족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장성군 산림과 담당자는 "소송 제기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 "군의 공식적인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