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산불현장. 연합뉴스봄철 건조한 날씨 속에 경상남북도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산림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별로 헬기와 진화인력을 총 동원하고 있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산청 산불은 하동 일부로, 대구 산불은 경북 경산으로 번지는 등 좀처럼 불길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산불로 일시 중단됐던 철도와 고속도로 통행은 현장 상황에 따라 재개되고 있다.
산청 산불로 4명 사망…'예초기 불씨' 화근 추정
23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산불이 발생한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의 진화율은 이날 오후 1시 기준 65% 수준이다.
당국은 헬기 31대, 인력 2243명, 진화차량 217대를 투입해 진화작업 중이다.
산불영향구역은 1362㏊이며 총 화선은 42㎞다. 이 중 15㎞를 진화 중이고, 27㎞는 진화가 완료됐다.
이 산불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창녕군은 유가족과 협의해 사망자 4명의 시신을 창녕서울병원에 안치하고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인근 주민 461명이 동의보감촌 등으로 대피했는데, 인접한 지역에서도 계속 대피 인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당국은 산불이 발생한 뒤 약 3시간 만인 21일 저녁 6시 40분쯤 최고단계인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불은 화재 현장 인근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던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산청 산불이 장기화하자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도내 모든 시군에 전방위적 대응 체계를 갖출 것을 긴급 지시하고 도민 협조를 구하는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경북·대구 일대 '바람+건조함'으로 산불 확산세↑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전날 오전 11시 반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의 확산세도 거세다.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의성읍 방면으로 확산했다.
실제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의성군 지역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17.9m(오후 3시 57분)로 집계됐다.
산림 당국은 헬기 27대 등 장비와 인력 수백명을 동원했으나 바람을 이겨내지 못해 일몰 전 진화에 실패했다.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까지 더해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전까지도 진화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가, 오후 들어서야 50%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등 건물 47곳이 피해를 봤고, 주민 1100여 명이 밤새 귀가하지 못했다.
평년보다 적었던 강수량과 봄철 건조한 날씨로 인해 마른 나무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2월 의성군 대표 관측지점(의성읍 원당리) 누적 강수량은 4.8㎜로 2월 평년(1991년~2020년) 강수량 22.6㎜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의성군에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건조주의보도 발효됐다. 주변 지역인 안동시, 상주시, 청송군에는 전날 오전 9시부터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산불 현장에서 연 언론브리핑에서 "강풍을 타고 갑자기 산불 전선이 확대됐다"며 "오늘 중 주불을 진화하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 울주군 온양읍 운화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은 이날 오전 기준 65% 수준이다. 전날 저녁 7시 70%의 진화율을 보였으나, 밤사이 불길이 다시 번지면서 진화율이 더 떨어졌다.
산불로 피해가 예상되는 면적은 105㏊ 규모다.
산불이 재확산하면서 5개 마을 주민 790여 명에 대한 추가 대피령이 내려진 상태다.
당국은 특수진화대·공무원·경찰·소방 등 1940명과 헬기 12대를 동원해 이틀째 주불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경남 김해 한림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에는 '산불 2단계'가 발령됐다.
산불 2단계는 예상되는 피해 면적이 50~100㏊이고 48시간 이내에 진화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산불영향 구역은 70㏊이며 화선은 전체 3.44㎞이다. 이 중 2.77㎞를 진화 중이며 0.67㎞는 진화가 완료됐다.
경북 경산 남천면 산전리 병풍산 일대에서도 이날 오전 산불이 나 산림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은 전날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에서 난 산불이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선 안동~경주 열차운행, 부울고속도로 양방향 통행 재개
대형 산불로 인해 운행이 통제됐던 철도와 고속도로의 통행이 속속 재개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중단됐던 의성 인근 중앙선 철도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공사는 이날 "의성 지역 산불로 중단된 중앙선 안동~경주간 열차 운행은 안전 점검을 마치고 금일 정상 운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전 11시 24분쯤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며 같은 날 오후 3시 45분쯤 중앙선 의성~안동역 구간 하화터널 부근에서도 산불이 발생하자 코레일은 안동~경주역 간 열차 운행을 중지하고 버스 연계수송을 실시했다.
울주군 산불로 차량 통행이 제한됐던 부산울산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이날 오전 대부분 통제 해제됐다.
한국도로공사와 울산경찰청 등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부울고속도로 장안IC~청량IC 구간 양방향 차량 통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단 산불 지점과 인접한 온양IC 인근 1㎞ 구간은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어 양방향 각각 3개 차선 중 3차선만 통제를 유지한다.
이번 전국적인 동시 산불로 산림 3286㏊가 타고,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하는 등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정부는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피해가 커지자 전날인 22일 오후 6시를 기해 이들 지역에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