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그너가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5' 남자부 결승에서 승리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예술구 마스터'가 프로당구(PBA) 왕중왕전 정상을 정복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와 발가락 골절상에도 튀르키예의 베테랑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는 올 시즌 왕중왕전을 역대 최고령 우승으로 장식했다.
사이그너는 17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PBA 월드 챔피언십 2025' 남자부 결승에서 고국 후배 륏피 체네트(하이원리조트)를 눌렀다. 7전 4승제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4 대 1(1-15 15-2 15-5 15-8 15-7) 역전승을 거뒀다.
첫 왕중왕전 결승 진출에서 우승까지 일궈냈다. 지난 시즌 PBA에 데뷔한 사이그너는 개막전에서 58세 9개월 9일,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왕중왕전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그런 사이그너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60세 6개월 7일로 환갑의 나이에 정상을 차지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체네트는 역대 첫 튀르키예 선수들의 결승전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체네트는 2023-24시즌 3차 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 이후 두 번째 결승에 올랐지만 첫 우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사이그너는 통산 상금 3억 원 돌파의 기쁨도 누렸다. 2억 원을 더해 통산 3억5100만 원을 거머쥐었다.
사이그너(오른쪽)와 체네트가 경기 전 필승을 다짐하는 모습. PBA사실 사이그너는 올 시즌 막판 발가락 골절상이라는 큰 변수가 생겼다. 경기 후 사이그너는 "부엌에 있다가 2kg 냄비가 왼 약지 발가락에 떨어져 골절됐다"면서 "병원에서 뼈를 맞추고 붕대를 감았지만 너무 붓고 걷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어 "누워서 한 달 동안 생활하느라 팀 리그 5라운드와 포스트 시즌에서 팀을 돕지 못해 슬펐다"면서 "이번 왕중왕전을 앞두고 훈련도 2일밖에 하지 못해 기분이 다운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극복해냈다. 사이그너는 "오히려 부상을 계기로 멘털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서 성장했고, 결과가 따라와 기쁘고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이그너는 세계캐롬연맹(UMB) 시절 맹활약해 자국에서는 일찌감치 스타 플레이어로 군림했다. 지난 1994년 3쿠션 월드컵 첫 정상을 시작으로 7번 우승과 준우승을 거뒀고, 2003년에는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세계팀선수권에서 튀르키예의 3년 연속 우승을 견인한 사이그너는 예술구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해 '미스터 매직'으로 불린다. 이날 결승에서 맞붙은 체네트는 "사이그너는 튀르키예에서 당구 전설로 오늘 함께 결승에서 맞붙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PBA에 데뷔한 사이그너는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이에 대해 사이그너는 "PBA에 처음 왔을 때는 머리카락이 없었다"면서 "그러나 최고의 친구 의사에게 모발 이식을 받아 젊어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내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젊고 파워풀하다고 느끼면 경기력에 직결된다"면서 "대부분 15~20살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데 에너지가 더 많고 이기고 싶다는 갈망이 크겠지만 나는 많은 경기를 했고, 경험이 더 많다"고 비결을 전했다.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아내와 함께 기념 촬영한 사이그너. PBA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롱 런의 비결이다. 사이그너는 "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사고 뒤 누워 있으면서 근육량이 많이 빠졌다"면서 "그래서 제주도로 넘어와 매일 1만6000보~2만5000보 정도를 걸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구도 강한 신체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비시즌 3개월 동안 더 열심히 단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그너는 지난 시즌 상금 랭킹 3위(1억3350만 원)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4차 투어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에 대해 사이그너는 "사랑하는 가족, 특히 아내와 떨어져 외로웠고, 튀르키예와 한국을 오가는 생활이 지루했다"고 회상했다. 사이그너의 아내 세나이 귀를러는 튀르키예의 유명 배우다.
그런 사이그너는 정신적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사이그너는 "아내, 튀르키예 출신 선수 부라크 하샤시(하이원리조트)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면서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은데 이제부터 즐길 거고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자만이 아니라 쟁취하려는 마음으로 부상에도 멘털을 부여잡고 좋은 결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환갑과 골절상에도 마법을 부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