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주말인 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지난해보다 더 후퇴했으며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서 한국을 기존 '자유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낮춘 '선거민주주의'로 분류했다.
이 연구소는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자유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선거 독재 정치, 폐쇄된 독재정권 총 4단계로 나눈다.
선거민주주의는 다당제 하에서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되고, 만족스러운 수준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를 뜻한다. 가장 높은 단계인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려면 추가로 삼권분립 하에서 시민의 자유가 보호되고 법에 따라 모두가 평등하다는 점이 보장돼야 한다.
이 연구소는 올해 우리나라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보고서 앞부분에는 지난해 12월 수백 명의 대학생이 서울 여의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크게 실렸다.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다만 연구소는 작년부터 우리나라를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소개했으며 이번 보고서에서는 대한민국을 홍콩,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과 함께 민주주의가 상당히 쇠퇴한 국가로 언급했다.
또한 몰도바, 루마니아와 함께 우리나라가 언론의 편향과 자율 검열이 더 일반화되고 있다며, 언론의 자유가 약화하고 있는 국가로 소개됐다.
V-Dem은 선거민주주의 충족 조건에 점수를 매겨 종합 순위를 산출하는데 한국은 41위를 기록했다. 다만 '심의민주주의 지수(deliberative component index)' 지표에서는 48위를 기록하며 세부 지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의민주주의 지수는 특정 사안에 대해 공공의 논의가 얼마나 포용적인지, 정부가 야당과 반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한편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 및 지역은 91개로, 22년 만에 민주주의 국가의 수(88개)를 넘어섰다다. 특히 한국, 아르헨티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영향력 있는 국가에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덴마크로 분석됐다. 이어 에스토니아, 스위스, 스웨덴 순이었다. 미국은 24위, 일본 27위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돼 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상황은 반영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허위 정보와 정치적 양극화, 독재화는 종종 함께 진행되면서 서로를 강화한다"며 "독재 정부는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부풀리고 사회 내 불신을 조성하며 양극화를 부추기기 위해 허위 정보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