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집단지성센터는 2일 이재명 대표가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나눈 첫 대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일 'AI(인공지능) 육성론'을 쏟아내고 있다. 챗GPT와 딥시크 등 고성능 AI의 출현으로 인해 우리 삶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만큼 관련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국부도 투입해 재정에도 숨통을 틔우자는 것이 골자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주장이 성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AI가 핵심 미래먹거리 중 하나인 만큼 방향성은 그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설익은 의제를 너무 성급히 제시할 경우 불필요한 논란이 유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李, 하루에만 AI 게시글 4개…언론보도 반박하고 與는 맹비난
이 대표는 4일 하루에만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4개의 글을 올렸다. 모두 AI와 관련한 글로, 대상은 언론은 물론 여당까지 전방위였다.
자신의 '국방 AI화' 주장을 '男心 겨냥 票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조선일보를 향해서는 "군은 첨단무기와 장비를 갖춘 스마트강군으로 발전해야하고, 병사들도 의무로 병영에서 청춘을 보내며 견디는 게 아니라 첨단과학기술 전문 직업군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과학기술과 첨단산업의 미래, 군의 미래화에 대해 조금 더 숙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반박에 나섰다.
AI 무상보급을 '성장·배분 '아슬아슬 균형 잡기''로 표현한 경향신문 기사도 언급, "행정은 만들어진 길을 잘 가는 것이고, 정치는 새 길을 만드는 것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며 근시안적인 비판임을 지적했다.
여권에 대해서는 더욱 거세게 날을 세웠다. 그는 AI기업에 국부펀드·국민펀드 방식으로 투자해 수익을 거두자는 주장을 '반기업 행위'라고 비판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AI가 불러 올 미래에 대한 무지도 문제지만 한국말도 제대로 이해 못하니, 그런 수준의 지적능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책임지겠느냐"며 "극우본색에 거의 문맹 수준의 식견까지 참 걱정된다"고 높은 수위로 비난했다.
李 "엔비디아 같은 회사에 국민펀드"…'AI 지향'엔 공감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집단지성센터는 2일 이재명 대표가 'AI와 대한민국, 그리고 나'를 주제로 전문가들과 나눈 첫 대담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대표가 AI관련 의제를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이다.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 '모두의질문Q' AI 대담에 참여한 이 대표는 AI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의 방안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중 일부를 국민펀드나 국가가 가지고 있으면서 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 일부를 국민 모두가 골고루 나눠가지면 세금을 굳이 안 걷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세계 최대의 AI 빅테크로 성장한 엔비디아를 언급하며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 그 중 국민지분 30%다.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방분야에 대해서도 AI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력의 대부분이 "결국은 다 이제 드론, 로봇, 무인 이런 것으로 갈 텐데, 이제 국방을 AI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엊그제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좀더 본격적으로 전투형 로봇에 대한 투자를 엄청나게 하겠다고 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의 AI 활용을 위한 '무상의무교육'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무상의무교육을 시켜 한글과 산수, 기초 교양을 가르치는 것처럼 모든 국민에게 인공지능 활용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데이터를 모으고 국가차원의 소버린AI체계 구축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버린AI(Sovereign AI)란 국가나 기업이 자체적인 인프라를 활용해 독립적인 AI역량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 대표의 발언은 AI 강화를 시장경제를 통해 기업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 주도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제기된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AI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의 방향성은 맞다"며 "선도국을 따라가야 할 산업이 있고, 안 따라가도 되는 산업이 있는데, AI는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 안 따라가면 그냥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국가미래전략기술 정책연구소 조상근 교수는 이 대표의 국방 분야 AI 관련 도입 발언에 대해 "방향성은 100% 옳다"며 "이미 국방부가 만들었던 국방혁신 4.0에서도 비슷한 방향으로 군사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자칫 설익은 제시로 논란 커질라…각론엔 "신중해야" 지적
연합뉴스다만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도 나온다. 특정 산업이나 분야의 육성을 위해 관련한 다양한 아젠다를 던지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가 자칫 설익은 내용을 주장했다가, 논란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되려 갈등만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교수는 "AI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부터 7년 가까이 뒤쳐진 상황"이라며 "지금은 뒤쳐진 것을 따라가기 위해 AI·빅데이터·양자컴퓨팅·로봇 분야 기업 1만개에 5억원씩을 일괄 지원하는 식의 기술기업 지원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민간 시장이 망가졌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펀드, 30% 지분, 세금 등의 이야기까지 하다 보니 사람들이 동조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이 대표는 거대 담론을 던져만 주고 세부적인 논의는 알아서 활성화되도록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의 AI 무상의무교육에 대해서는 "AI가 해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AI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고 안 받아도 될 사람이 있다고 본다.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급을 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 현안과 관련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각국이 전장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다루면서 인간을 '살상'하는 중대한 문제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군사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이를 다루는 인간의 중요성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전사령관을 지낸 특수·지상작전연구회 전인범 고문은 "이스라엘의 사례를 보면 AI·드론으로 전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2~3년 전부터 병력을 감축했는데, 전쟁을 겪고 나니 오히려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대를 늘리고 있다"며 "전투병 대신 AI·드론이 있더라도 누군가는 이를 조종하고, 포탄을 재장전하는 등 결국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군사적으로 여러 방책을 개발하고 (지휘관이) 결정하는 절차에 도움을 많이 준다"면서도 "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AI는 보조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근 교수는 "미군도 기술 발달이 아직 다 되지 않아 AI를 관련 체계에 모두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온 여러 경험 등을 반영해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무기체계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법을 보완하며, 이를 운영하는 사람 또한 최적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