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본부 총회 회의장. 연합뉴스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무대에서 한국이 '러시아 침공'이 빠진 결의안과 포함된 결의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전면 침략' 명시한 유엔총회 결의안…韓 찬성표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긴급특별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가 각각 열렸다.
총회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한 내용의 결의안을 제출해 가결됐다. 한국은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은 해당 결의안에 반대하며 별도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러시아의 침략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분쟁의 신속한 종결'을 강조한 내용이다.
다만 미국이 주도한 결의안은 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 영토보전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추가됐고, 수정안이 반영돼 채택됐다. 한국은 이 결의안에도 찬성했지만 미국은 기권했다.
'러시아 침공' 빠진 안보리 결의안도 찬성한 한국
혼란은 뒤이어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이어졌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언급 없이 '분쟁의 신속한 종결'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항구적 평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주도했다. 한국은 찬성표를 던졌고 해당 결의안은 가결 처리됐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지적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한국은 유럽 국가들이 제출한 수정안에도 역시 찬성 투표했다.
거부권 제도가 없고 선언적 의미를 가지는 유엔 총회 결의와는 달리 안보리 결의는 거부권 제도가 있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같은 날 상반된 결의안 모두 '찬성'한 韓…"한미공조 고려"
UN 안보리. 연합뉴스결국 한국은 같은 날 '러시아 침공'을 규탄한 유엔총회 결의안과 해당 내용을 뺀 안보리 결의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전쟁의 조기종식을 촉구하는 우리 입장과 상충되지 않는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의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측 결의안이 우리가 지지한 (유럽 국가들이 제출한) 수정안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한미관계 및 북한 문제 관련 한미 간 긴밀한 공조의 중요성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책임을 뺀 미국 측 안보리 결의안에 완벽히 동의하진 않지만, '전쟁 종식'이라는 기본 취지와 한미관계 등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결의안 채택 후 발언을 통해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가져온 폐해를 지적하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하며 포괄적인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더욱 가속화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