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12·3 계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수뇌부와 국회에 대한 경찰력 투입을 구체적으로 모의했다는 증언이 윤 대통령 본인 입에서 나왔다. 경찰 배치 구도를 그림으로 그리고 '디 타임(D-Time)', 즉 계엄 선포 전후 구체적인 투입 전략을 짰다는 건 수사기관에서도 나온 적 없는 진술이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수사기관 조사에서 '삼청동 안가 회동' 당시 경찰 병력의 국회 투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당사자 진술이 나오지 않았다.
삼청동 안가 회동은 작년 12월 3일 저녁 7시 20분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계엄 선포 전후 경찰력 대비를 주문한 자리다. 현재까진 윤 대통령이 두 청장에게 계엄을 결심한 배경을 밝히고, 김 전 장관이 두 청장에게 계엄군 출동 계획이 담긴 문서를 건네며 국회 통제 등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 측은 당일 경찰 수뇌부를 부른 건 계엄 상황에서 경찰에 '질서유지'를 당부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날 탄핵심판 중 윤 대통령의 입에서 의외의 자백이 나왔다.
발언하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연합뉴스김 전 청장에 대한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회동 당시) 제 기억에는
종이를 놓고 국방장관이 두 분 경찰청장하고 서울청장한테 '국회 외곽 어느 쪽에 경찰 병력을 배치 하는게 좋겠다'라고 그림을 그리는 걸 봤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디 타임'이 되기 전에는 가까이 있지 말고 외곽에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림 그리는 것을 봤다"고 구체적으로 부연했다. 해당 발언을 하며 윤 대통령은 앞에 있던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듯 묘사하기도 했다.
국회 경내가 아니라 외곽 경비를 시켰다는 걸 강조하는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나 두 청장이 수사기관에서 한 적 없는 구체적 진술을 윤 대통령 본인 입으로 하게 된 셈이다. 특히 발언 내용을 뜯어보면
'디 타임', 즉 계엄이 선포된 이후엔 경찰력을 국회 가까이 혹은 안쪽으로 배치하는 것 역시 논의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또 윤 대통령은 당일 두 청장을 불러 모은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단순 질서유지 차원으로 군·경을 투입했다는 주장과 다소 어긋나는 진술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장관이 제게 찾아와서 '국회 경내에 배치하는 군의 숫자가 너무 적다 보니 외곽 경비를 경찰에 지원요청을 하는 게 맞겠다'라고 해서, 제가 그냥 전화해서 만나게 해주려다가 (김용현이) 관할 상관이 아니니까 소개하는 뜻에서 삼청동에서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군 투입은 질서유지 차원이었기 때문에 국회 경내에 투입된 숫자도 국회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극히 적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계엄을 앞두고 경찰 수뇌부를 불러 군 병력 지원을 위해 경찰력 투입을 지시했다고 스스로 밝힌 셈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거짓으로 의심되는 주장도 서슴없이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경찰 지원요청을 한 시각을 12월 3일 저녁 7시라고 했지만, 조·김 전 청장이 삼청동 안가로 오라는 연락을 받은 건 그보다 앞선 저녁 6시 18~21분경으로 조사됐다. 조·김 전 청장에게 전화한 건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