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격앙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시설물 등을 파손하며 폭동을 일으킨 가운데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파손된 외벽이 보이고 있다. 류영주 기자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헌법재판소 불법 난입 등 폭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커뮤니티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반발해 서울서부지법 폭력난동 사태 직전 불법행위 사전모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날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미정갤)에 헌재에서의 불법 폭력행위를 모의하는 성격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는 신고를 받고 작성자들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신고가 접수되어 내용을 확인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새벽 3시쯤 한 미정갤 이용자는 "헌재 주변 탐색하고 왔다"며 헌재 안팎을 찍은 사진을 담은 '답사 인증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헌재는 주변 담벼락도 낮고 마음만 먹으면 넘어가기는 쉬울 것 같긴 하다"며
"(만약 경찰이 제지하면) 근처 식당이 많으니까 카페 간다고 하거나 북촌에 놀라온 척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연합뉴스또 다른 작성자는
'헌재 시위 가능한 장소 확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헌재 전층이 내부 평면도를 공유하기까지 했다. 경찰 차벽을 뛰어넘을 사다리와 야구방망이 등을 준비했다는 글도 여러 개 게재됐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기일로 지정한 오는 13일을
'초코퍼지 입고일'로 명명한 글은 이날 오전 기준 160개가 넘는 추천을 받았다. 게시자는 "입고 위치는 헌재 앞"이라며 "입고 수량은 넉넉하니 많이 찾아 달라"고 적었다.
이들이 사용한 단어, '초코퍼지'는 빙과류를 이르는 것이 아니라 지난 2013년 개봉한 미국영화 '더 퍼지(The Purge)'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포영화는 1년 중 단 하루, 법의 통제가 사라지고 살인과 성폭행 등 모든 범죄가 용인되는 국가공휴일인 '퍼지데이'에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이용자는
"퍼지데이가 무슨 문제 있느냐. 미정갤이 가장 바라마지않던 그 날"이라며 "화교 척살의 그날, 우리 손으로 척살하는 날"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미정갤은 앞서 윤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임박한 지난달 16일부터 서부지방법원의 담벼락 높이와 후문 출입로 등 진입 경로를 분석한 글이 올라온 전례가 있다.
17~18일에는 경찰 배치상황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차량의 차종·번호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폭력 행위를 조장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이같은 글들을 작성한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이용자 및 운영진에 대한 진보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준비위원회의 고발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 제출 당시 준비위원회의 박태훈 위원장은
"폭동을 사전 모의한 이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