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외국인이 6개월 연속 순매도하며 코스피 하락세를 주도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수급 회복의 관건인 실적 전망치가 악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이 외국인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순매도했다. 시장에 23조 7728억원을 던지면서 사실상 지난해 상반기 매수 규모(24조 1166억원)를 모두 반납했다.
관건은 2월 외국인 수급이다. 아직 3거래일에 불과하지만 이달 7257억원대 팔자세로 출발했다. 순매도가 7개월 연속으로 늘어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6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18개월 연속 매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코스피 밸류에이션만 보면 저평가의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현재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배 수준으로 역사적 저점 부근이다.
또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이 최근 32%대에 머물면서 지난해 연저점인 31.3%에 근접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 요소다.
하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인 실적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초 307조원에서 최근 293조원으로 떨어졌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2023년 말에서 2024년 상반기와 같은 본격적인 바이코리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실적 저점 통과 후 반등 기대감이 가시화돼야 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이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전쟁'이다. 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환율이다.
달러는 강세다. 6개 주요 통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9월 100.78에서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같은해 11월 105.74로 5% 상승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108.37로 2.5% 더 올랐다.
반대로 보편관세 대상으로 거론된 캐나다의 환율은 약세(환율 상승)를 거듭했다. 캐나다 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에서 11월까지 6.6% 오른 데 이어 지난달 2.1% 추가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1일(현지시간) 한때 1.3%까지 올랐던 캐나다 환율은 관세 부과 유예 결정에 2.8%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원달러 환율은 1303원에서 같은해 11월 1411원까지 올랐고, 지난달 한때 1475.5원까지 치솟았다. 12‧3 내란사태의 영향을 30원으로 추산해도 1445.5원까지 11%나 상승한 것이다.
특히 신흥국 환율의 약세는 외국인 입장에서 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 기간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됐고, 이때 2900선에 다다았던 코스피가 최근 2500선까지 13% 넘게 하락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따라서 코스피의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확대할 경우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캐나다처럼 극적 타결의 여지는 남았지만, 현재 미국은 중국과 10%의 관세 부과 등을 주고받으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고 EU(유럽연합)를 다음 대상으로 예고한 상태다.
현대차증권 김재승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달러 기준 수익률을 고려하기 때문에 신흥국 통화의 약세는 신흥국 주식의 환 손실을 야기해 달러 수익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고, 이는 신흥국 주식의 약세를 야기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국내 자금 수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외국인 수급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며 "무역(관세)전쟁으로 인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순매도는 지수 관점에서 국내 증시 약세 전망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