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일대 건물을 기동대 버스가 둘러싸고 있다. 박인 기자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표적 삼아 공격한 것이다. 이들은 법원 창문을 깨고 내부로 들어가 집기를 부수는 등 불법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내부 침입자 등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자 46명을 연행했다. 전날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등이 탄 차량이 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파손되기도 했다.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틀 간 경찰에 연행된 서부지법 인근 집회 참가자는 86명에 달한다. 경찰은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고, '불법행위자 전원 구속수사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8일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중인 서울 서부지방법원 도로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날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과 서부지검 등 일대 건물은 경찰 기동대 버스 30여대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은 밤새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법원 후문 부근을 여전히 막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했다가 경찰에 무더기로 연행됐음에도 이들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들은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판사의 이름을 외치며 "죽여버리겠다"고 후문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스크럼을 짜고 대항했다.
경찰 앞에 선 지지자들은 "헌법이 박살났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민원을 제기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가겠다는데 왜 말리나"라며 소리쳤다. 또 경찰에게 "월급도 받지 말라"며 욕설을 퍼붓는 등 과격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판사XX는 왜 안 나오느냐"며 "나오기만 해봐라. 오늘 죽은 줄 알아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19일 오전 지지자들이 전날 쓰러뜨린 서부지법 현판이 다시 세워져 있는 모습. 박인 기자법원이 무법지대가 된 위험천만한 상황은 이날 새벽에 절정에 달했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새벽 3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이 소식을 접한 인근의 지지자들은 극도로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법원 창문에 돌을 던지거나 담을 넘어 난입했고, 경찰이 "물건을 던지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이들 수십명은 방패로 막는 경찰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며 법원 뒤편에서 정문 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심지어 경찰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방패를 빼앗아 법원 창문을 가격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들 다수는 3시20분쯤 깨진 창문을 통해 법원 안으로 침입한 뒤 내부 집기마저 부수는 등 격하게 난동을 부렸다. 정문 출입구에 설치된 셔터도 힘으로 올린 뒤 유리문을 깨고, 소화기를 집어던지는 이들도 있었다. 아수라장이 된 법원 안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대와 함께 법원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아무도 없네"라고 말하는 유튜버의 모습도 온라인에서 생중계 됐다. 해당 유튜버는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기동대 1200여명과 서울마포경찰서를 비롯한 인접 경찰서 인력 190여명 등 약 1400명을 투입해 현장 대응했다.
법원 내부 침입자들은 새벽 6시쯤 대부분 진압, 체포됐다. 이 난동 사태로 연행된 이들만 46명에 달한다. 현직 대통령의 구속도 헌정 사상 처음이지만, 법원에서 이처럼 대규모 난동이 벌어진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전날 윤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전후로도 지지자들은 선을 넘는 과격 행동을 하다가 다수가 경찰에 연행됐다. 일부 구속 반대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8시쯤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후 법원에서 빠져나온 공수처 차량 2대를 포위했다. 이들은 해당 차량 앞 유리를 부수고, 타이어 바람을 빼는 등 차량을 파손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차량엔 공수처 검사 7명과 수사관 4명 등 총 11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수사관 1명은 나무 막대기로 구타를 당해 옷이 찢어지고 부상을 당했다는 게 공수처 측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10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했으며, 경찰·기자 폭행, 법원 무단 침입 혐의로도 다수를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이 전날과 이날 새벽 서부지법 일대에서 연행한 인원은 각각 40명, 46명으로 총 86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18개 경찰서에서 분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서부지법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며 "경찰은 이번 사태를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주동자는 물론, 불법 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향후 유사 상황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엄중함을 인식하고 적극 대처할 것이며, 법원 등 관련 기관에 대한 경계를 한층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청은 형사기동대 1개팀을 이번 사건 전담팀으로 지정해 추가 불법 행위자, 교사·방조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