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용 경기 과천시장이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시정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천시 제공"젊다고 무조건 진보 쪽만 지지합니까? 바르게 시정을 펼치고 성과를 내면서 '확실히 보수정당 시장이 일을 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경기 과천시 정치지형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젊은층 위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최근 3년간 인구증가율이 20% 이상으로 도내 1위다. 그 중심에 과천 '지식정보타운(지정타)'가 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은 갈현동과 문원동 일대에 들어선 매머드급 공공택지로, 지난해 부분 준공 후 인구가 2만 명에 달한다. 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다.
원도심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 공사로 기존 인구가 주변부로 대거 빠져나간 반면, 신도시인 지정타에는 30~40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신계용(국민의힘·61) 과천시장이 지정타에 주목하는 이유다. '징검다리 3선' 도전을 결심한 만큼, 보수성향이 짙던 지역 정치토양의 변화에 경각심이 작동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지난해 총선 결과 갈현·문원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700표 이상 차이로 과천에서 유일하게 국민의힘 후보를 눌렀다. 시 전체에서 보수가 앞섰지만, 차이는 1600여표로 직전 지방‧대통령선거 때보다 좁혀졌다. 인구구조 변동으로 정치판이 탈바꿈한 셈이다.
신 시장은 지난 10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갓 태어난 자식에게 손이 더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며 "30년 이상 나이 먹은 본도심 정비와 함께 신생도시를 위한 맞춤형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힘을 줬다.
과천지역 '정체성' 갖도록 생활‧문화‧인프라 개선
신계용 과천시장이 지정타 주민들과 만나고 있는 모습. 과천시 제공그가 주목한 건 지정타 주민들이 대부분 타지역 출신이라는 점이다. 화두는 이들에게 어떻게 과천지역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느냐다.
신 시장은 "찾아가는 음악회 같은 작은 행사도 기왕이면 지정타에 가서 과천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올해는 LH 예산을 받아서 지정타의 일상 속 공간인 보도블록을 싹 바꾸고 길목마다 펜스도 교체해 도시미관과 편의, 안전 모두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며칠 전 지정타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여느 젊은 세대처럼 영끌을 해서 이사하게 됐다. 외지에서 온 주민들과 손을 맞잡고 뛰겠다"고 지정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각별함은 지정타 민원을 상대하는 태도에도 묻어난다. 그는 한국전력 주도로 추진해야 할 대형 송전탑 이전에 대해서도 적극 팔을 걷어붙여 왔다. "위례의 경우 10년 넘도록 송전탑이 그대로 서 있다"며 "한전에 의지하지 않고 시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계용 과천시장이 지역 내 도로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과천시 제공지정타 내 최대 현안인 교통체증 해소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신 시장은 "과천대로 축소 공사로 차량 정체가 심한 건 사실"이라고 진단하며 "북의왕 IC를 타지 않고 곧장 지정타로 진입할 수 있는 경인고속도로 IC를 만들고, 여러 구간별 도로 개선사업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시장은 "정보타운역이 2년 뒤 개통하면 훨씬 원활해 질 수 있다"며 "이 작은 과천시에 지하철역만 6개가 있기 때문에 도시성장을 위한 대동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지정타는 신성장 엔진"…과천시 전체에 '훈풍'
신 시장이 지정타에 공을 들이는 건 표심 때문만은 아니다. 과천시 전체의 미래 먹을거리, 즉 신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지정타 내 알짜 기업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과천 전역의 '공공이익'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지자체로서 주체적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신계용 과천시장이 지정타 내 도로조명 조도 측정 현장을 방문했다. 과천시 제공그는 "과거 행정타운, 베드타운이었던 우리 시가 정부청사 이전에 따라 '자족도시'로 진화하는 것은 숙명"이라며 "지정타를 과천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상징적 구역으로 만들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지정타에는 118개 기업 본사가 있고, 올 연말 800여 업체가 들어선다.
기업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 지원 등을 해주는 조건으로, 과천지역에 꾸준한 공공투자를 유인하겠다는 게 신 시장의 구상이다. 기업들이 공공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회와 시스템도 2월쯤 구축하기로 했다.
신 시장은 "체육시설, 문화예술시설, 청소년시설, 어르신 보호센터 등이 부족해 기업들이 필요한 공간들을 개방‧공유해주면 어떨까 싶다"며 "경로당이나 동별 행사 때 기업후원을 광범하게 연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학부모들의 중점 관심사인 교육분야와의 시너지도 염두에 뒀다. "제약, 바이오, 게임 등 지식집약적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과학인재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점까지 인정받으면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더 활성화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대규모 정비 중인 원도심에 관해서는 '상가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원도심은 재건축이 가장 큰 현안으로,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상권을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며 "상가재건축은 공동개발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 큰' 정치철학…"정치 양극화 아닌 균형 맞춰야"
신 시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과천시 제공정치적 험지일 수 있는 지정타에서 신 시장이 적극 행보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협치와 포용으로 실질적 시정성과를 내온 자신감과 정치철학이 깔려 있다.
그간 신 시장은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과를 치켜세우는가 하면, 과천시의회 야당 의원들의 시정비판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통 큰' 정치를 한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양극화에 따른 민생 불안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정치권이 '균형감'을 상실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 몫이 됐다는 지적이다.
신 시장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며 "보수든 진보든 편향되는 것보다는 중립지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합리적 정치를 해야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수단 자체는 충격적이었고 공감대를 얻지 못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후 민주당에서 지나치게 일방통행하는 데 대해서도 국민적 실망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에서 균형과 중용의 미덕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