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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일성'은?…속수무책 한국, 뾰족한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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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부터 행정명령 통해 공약 실현
한국, 산적한 현안에도 '리더십 공백' 맞아
불법 이민, 에너지 정책 등 국내문제 우선
보편관세 문제 안보이슈와 연계 시킬 수도
그린란드 등 트럼프 특유 '기입가 마인드'
북한 등 적대국에 '유화적 태도'도 부담돼
트럼프 1기때도 한국은 대통령 탄핵 정국
그때와 비교해 한국 상황은 더 좋지 않아
트럼프, 지금까지 한국상황 관련 발언 없어

연합뉴스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오는 20일(현지시간)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그동안 약속했던 공약들을 행정명령을 통해 신속하게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대미 투자와 각종 보조금은 물론 관세, 방위분담금 등과 관련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이른바 '리더십 공백'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측 주변에서는 일찌감치 거의 100개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해 놓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여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공화당 소속의 상·하원들과의 회동을 통해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 실현을 위한 입법 전략도 논의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재집권할 경우 독재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첫날만은 예외로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 에너지 정책 전환, '1·6 의사당 난입사태' 사면, 연방 정부 기구 개편, 바이든 정부 교육 정책의 환원 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같은 미국내 문제를 본인의 뜻대로 손보고 나면, 트럼프 당선인의 시선은 자연스레 해외 문제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우리의 관심사는 바이든 정부하에서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정책의 지속 여부와 '보편적 관세' 등 경제 문제에 집중돼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될 정부효율부의 공동수장에 내정된 라마스와미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2기 출범 전에 IRA와 반도체법에 따른 낭비성 보조금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대놓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고, 연방 재정 적자 감소와 식료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관세'만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굳히지 않고 있다.
 
만약 미국이 모든 나라에 일률적인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도 크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문제는 미국이 관세 정책을 국가 안보 이슈와 연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덴마크에 대해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 및 미국으로의 편입을 투표로 결정할 때 방해할 경우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게 된 스티븐 미런 지명자도 "'보편적 관세'는 미국의 안보 우산 제공에 대한 대가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한국,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미국의 동맹국이 관세 부과에 반발해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 경우 안보 우산 제공에서 배제할 수도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매우 부유한 나라)으로 칭하며 "내가 재임중이었다면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달러(약 14.7조원)를 지불했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한미는 지난해 10월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협정서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벌써부터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00억달러는 현재 분담금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의 국방비 지출을 해야 한다고 못박기도 했다. 현재 가이드라인인 2%보다 대폭 높아진 수치다.
 
노골적인 손익 계산을 앞세운 채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들어 양단 간 선택을 압박하는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기업가 마인드'가 속속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을 포함한 적대국에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바이든 정부와는 극명하게 달라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물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측 몇몇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이미 존재하는 관계를 바탕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는 다국간 협력 구도와 다자 회담보다는 양국, 양자 간 직접 협상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자칫 '한국 패싱'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12·3 내란사태'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은 신세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현재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다 윤석열 대통령측이 수사와 재판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재집권시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예고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사해왔고, 한국 역시 산적한 관련 이슈가 있는데도 제대로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묘하게도 트럼프 1기때도 한국은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았다.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했을 뿐 대면 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때와 비교해 한국은 더 상황이 좋지 않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말그대로 '초짜 대통령'이었지만, 지금은 충성파로 진용을 짜 장악력이 커졌을 뿐 아니라 국내외 현안에 대한 이해력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정권 교체기에 정상적인 한미 정상외교가 요원해지면서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애꿎은 기업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입법인 IRA, 반도체법 등을 뒤집으려 할 경우 미국에 상당액을 투자해온 한국 기업에 바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에 따른 전기차 지원 정책을 일종의 사기로 규정하고 바로 폐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고,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 없이도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한국의 리더십 공백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같은 강경책에 제대로된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국내 정·재계 인사 중 직접 트럼프 당선인을 대면한 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하다.
 
한덕수 권한대행 시절인 지난 연말 미국을 찾은 정부 고위당국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접촉과 관련해 "정부간 채널 뿐 아니라 기업 등 민간을 포함한 모든 채널을 가동하려 하고 있다"고 초라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대선 전부터 트럼프 진영과 협의체를 구축해 놓고 있었고, 트럼프 당선인측이 희망하면 한덕수 권한대행과 대면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후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로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현재 한국의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설명할 기회 조차 잡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 정부 목소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금까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그 어떤 발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 상황이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고, 또 아직 취임 전이라 관련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곧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막을 올리면, 한국으로선 트럼프의 청구서를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12·3 내란사태' 이후 행여나 트럼프의 입에서 한국 관련 발언이 나올까 전전긍긍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던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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