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2.3 내란 사태 이후 삐걱이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직후로 되돌아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한 내란 특검법 대신 '독소조항'을 제외한 자체 특검안을 내는 것을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특검법 자체 발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내 지도부는 의총에서 특검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일임한 민주당안(案)보다 더 넓히는 등의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영남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고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이 만든 안을 제출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다"며 "다수결로 결정하는 건 아니고 제가 의견을 듣고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 정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지난 8일 내란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최소 '6표'가 나온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표 단속이 느슨해진 만큼 다음 표결에서는 '거부권의 벽'이 무너질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 황진환 기자대표적인 소장파인 김상욱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많은 의원들이 특검은 필요 없다는 입장이신데, 원내 지도부는 저를 비롯한 이탈표들이 (더)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특검을 제안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말씀하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도부 내에서는 민주당표 특검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싸잡아 위법하다는 주장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자체 특검안 발의가 이에 대한 설득력을 더하기 위한 제스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탄 지지율에 서울 한남동 관저 앞을 찾는 등 강경 모드를 풀지 않고 있는 영남 친윤계 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서 고심을 이어가고 있는 것.
더욱이 최상목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에도 부담이다.
민주당은 표면적으로는 추천권을 대법원장에게 넘기는 등 기존 입장에서 한 발 양보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합의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때문에 민주당이 단독 의결을 감행하더라도 이번에는 최 대행이 거부권을 쉽사리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소속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에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내 지도부가 지지율 상승세만 보고 마냥 영남 친윤계 의원들의 기조에만 끌려가지는 않을 거라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권 원내대표 역시 이날 "보다 질서 있는 수사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겠다"라며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들께서 우리 당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지해 주시는 게 결코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은 34%, 민주당은 36%로 나타나 양당 격차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상태다. 신뢰도 있는 여론조사에서도 잇따라 지지율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같은 지지율 상승세에 대해 "지지층이 최대치로 결집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직후와 비슷한 수치"라면서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7월 4주차(23~25일)과 지난주(7~9일)에 실시한 조사를 비교해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35%와 34%로 엇비슷하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27%와 36%다.
정치성향별 응답자 수를 비교해보더라도 지난해 7월 조사에서는 보수 309명, 진보 259명이었고 지난주에는 보수 331명, 진보 293명으로 양측이 더 결집해 있는 상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