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골목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 수원시의 한 설렁탕집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경기도 제공"지금 트럼프나 미국 고위관료들이 대한민국의 누구와 대화를 나누겠습니까?"
대권 잠룡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3일 신년 기자회견 답변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초래한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책임 있는 '외교 주체'의 공백을 짚으려는 취지다.
"우리 정부에 국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적절한 권위를 가진 당국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정말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의 제안은 이른바 '경제전권대사' 임명이다. 한국의 경제외교 '원팀(One team)'을 이끌며,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2기를 상대할 실력자를 임명해 총괄 권한을 주자는 것.
김 지사는 "여‧야‧정 합의로 뽑은 경제전권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한 모든 대외 관계를 책임지고 리드하자는 제안이다"라며 "한마디로 트럼프의 공식 카운터파트너(Counter partner, 능력이 비슷해 상대가 되는 사람)를 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무역, 필요한 국제 경제 협력 업무를 총괄하고 책임질 사람을 조속히 지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상황을 안정적으로 수습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과거 사례도 언급했다. "IMF 외환금융위기 때 이와(경제전권대사) 같은 역할을 했던 대사가 있었다"며 "당시 제가 모시기도 했던 그분은 대사 자격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러 일을 해냈고, IMF에서는 여야 대선후보들로부터 동의서명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가리킨 건 김기환 전 대외경제협력담당 특별대사다. 김 전 대사는 2022년 대선 당시 정치 새내기였던 김동연 후보의 후원회장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타이틀은 대사지만 대외 경제 협력을 대표하는 사람과 거기에 필요한 조직을 만들어 과도기에 제대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자격을 갖춘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권대사의 자격 조건으로는 '전문성'과 '안정감' 등을 꼽았다. "경제 전문가이면서도 국제정치와 경제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분이어야 한다"며 "어느 정당에도 기울어지지 않은 불편부당한 분, 정치권에서 힘을 받아 소신껏 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김동연 지사는 "무엇보다 여와 야, 중앙정부가 함께 합의를 보고, 모두가 해당 직책과 조직의 대외 경제 협력 업무에 힘을 모으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김동연 지사 모습. 박창주 기자추천하려는 적임자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있진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김 지사는 해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일정을 소개하며, 해외 지도자들과 만나 한국 경제의 잠재력과 회복력을 적극 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됐다"며 "아마도 공공부문의 책임자로서 대한민국을 가장 현실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