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생포한 북한군들과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군의 교환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며 "처음 생포한 (북한) 병사들 외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다른 병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내용은 우크라이나어·영어와 함께 한글로도 게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는 북한 군사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 병사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이 전쟁에 대한 진실을 한글로 널리 알려 평화를 앞당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생포한 북한군인을 심문하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심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은 우리나라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으로 심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상 속 북한군인은 양손에 붕대를 감고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심문을 받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알고 있었어?' 등의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휘관들은 누구와 싸운다고 했어?'라는 질문에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생포되기 전의 상황과 관련해 "1월 3일 (전선에) 나와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방공호에 숨어 있다가 5일 부상당하고 (잡혔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은지를 묻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되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대답하자, 이 북한군은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 물었고, '집에 가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턱에 붕대를 감은 다른 북한군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의 위치를 아는지를 묻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앞서 외신들은 SBU를 인용해 생포된 북한군이 각각 20세와 26이며, 각각 소총수와 저격수 장교라고 보도했다. 국정원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 등에 따르면, 1만 1천여명의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 러시아에서는 북한군의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