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황진환 기자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항공기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민선8기 경기도 역점사업인 경기국제공항 건립이 일부 암초를 맞닥뜨린 형국이다.
15만 마리 철새 날아다녀…"어떤 공항이든 안 돼"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3곳에 포함된 경기 화성시 서해안에 있는 화옹지구(화성호) 일대는 대규모 철새 도래지 등 생태습지를 품고 있어 수년 전부터 공항 건설에 대한 거센 반발이 지속돼 왔다.
화성호 부지는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 일대보다 철새 개체수가 2배에 달하고 항공기 이착륙 시 새들의 이동경로와도 다각도로 겹친다는 분석이다.
화성습지의 현명한 이용 2020 최종보고서 캡처실제로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은 지난 2018년 화옹지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화성습지 73㎢를 철새이동경로 네트워크 서식지(EAAF142)로 지정했다.
EAAFP와 화성시가 공동으로 펴낸 '화성습지의 현명한 이용 2020 최종보고서'를 보면, 마도요와 기러기 떼 등의 이동경로는 화성호 일대에 동서남북으로 복잡하게 형성돼 있다.
또 국립생태원 생태조사 보고서(2022)에 따르면, 화성습지 전체적으로 멸종위기종 25종 등 150종, 최소 15만 마리의 새가 연간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조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이미 화옹지구로의 수원 군공항 이전 계획(국방부 주체)에 굳게 문을 걸어 잠근 화성시와 시민단체 등은 버드 스트라이크 이슈를 근거로 지역 내 공항 건설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더 높이고 있다.
군공항 이전의 대안으로 국제민간공항과의 통합 이전이 수원시 주도로 추진돼 온 만큼, 경기국제공항 역시 추후 군공항 이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그간 화성시의 논리였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이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에 반발하고 나섰다.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조류 충돌 대비에 관한 규정 등을 대폭 강화할 것을 예고한 것도 경기국제공항 사업에는 부담될 수 있는 요소다.
화성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류 충돌 사고 위험성을 목도한 상황에서 공항 유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화옹지구는)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철새들이 대거 몰리기 때문에 공항 반대 심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이상환 상임위원장도 "무안공항이나 화옹지구나 환경 조건이 비슷하다"며 "조류 생태나 환경적으로나 굉장히 중요한데, 일부 정치인들이 너무 일방적으로 공항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공항들을 결사반대한다"고 했다.
다른 후보지 평택‧이천은 '관망세' 유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3곳 위치도. 경기도 제공다만 또 다른 경기국제공항 후보지인 평택시(서탄면)와 이천시(모가면)는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을 유보했다.
상대적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 등에 대한 걱정은 덜한 대신, 지역의 찬반 여론 추이와 공항 건설에 따른 청사진(주변부 개발, 인센티브 등)이 구체화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평택시 측은 "조류가 없진 않겠지만 그보다도 구체적으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를 (경기도가) 결정해줘야 공항 유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천시 관계자는 "지역에 찬반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결단할 시점이 아니고, 경기도의 구체적 계획을 받은 뒤 연말쯤 공모 참여 여부를 결정할 듯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참사 연계 해석 부적절, 사업은 정상 진행 중"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경기도청사 전경. 경기도 제공이번 사안에 대해 경기도 측은 무안공항에서의 대규모 인명피해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류 충돌 위험성 등을 이유로 사업에 제동을 걸 순 없다는 입장이다.
도는 추후 공항안전 관련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대안들을 마련하면서도, 기존 계획된 사업은 절차에 맞춰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는 지난해 11월 8일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들을 발표하면서 2035년 개항 기준으로 30년 후인 2065년 여객 1755만명, 화물 35만톤 이상으로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항 인근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글로벌 국가첨단 전략산업 거점을 구축하고, 공항복합도시와 배후단지 개발로 지역발전 시너지를 도모하겠다는 게 도의 구상이다.
도는 오는 10월까지 배후지 개발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해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종합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한 뒤 3개 시를 대상으로 유치 공모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항공기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구체적 논의는 해보지 않았고, 기존 추진 중이던 경기국제공항 건설 사업은 각 후보지와의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