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데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경기 침체 우려, 극도로 혼란한 정치적 상황 등 뭐 하나 녹록지 않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공개 지지하고, 이에 반발했던 국무위원들을 향해 "고민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꾸짖었습니다.
그는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면서 "최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우리나라를 위해 최 권한대행을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우리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경기 침체 우려는 외부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대응'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면 정치적 불확실성은 우리가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인데도 '내란수괴' 혐의의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이 위기를 키우는 모습이라는 시선이 쏟아집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을 보면 명확해집니다. 국제금융센터가 12‧3 내란사태 이후 '국내 상황에 대한 해외시각'을 정리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최근 "윤 대통령이 체포에 불응하는 등 비협조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당국이 폭력적인 상황 없이 체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면서 "현재의 헌정 위기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으므로 이번 사태의 관계자들은 법적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정치 여건이 윤 대통령 체포 불응으로 취약성이 증가했고, 법치주의 약화 및 지휘 체계 혼란 등의 상황 속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지정학적 불안까지 확대했다고 평가했고요.
배런스는 한국의 극우 유튜버와 지지자가 윤 대통령 곁을 지키며 야당을 공산주의라고 비난해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가 실패했을 때는 '불확실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월스트리트저널), '불확실성과 시민 불안 고조로 이미 약화한 경제 성장 전망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옥스퍼드 애널리티카), '세계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충격적'(BBC) 등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골드만삭스와 AP 모두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이 정치 불확실성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고, 시티는 "1월부터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큰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을 전제로 한국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즉 체포 불응과 탄핵 심판 지연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체포에 불응하는 윤 대통령과 그 주변, 탄핵 심판을 지연에 관여한 사람 모두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뜻인데요. 이 총재가 국무위원을 향해 작심발언한 이유가 이해됩니다.
이제 이 총재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블룸버그는 "지금은 누군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금리인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립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동결이 소폭 우세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수출 악화 우려와 민간 소비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높아진 환율 때문입니다.
물가도 문제인데요. 지난 10월 1.3% 상승에서 11월 1.5%로 높아진 물가는 12월 1.93%로 다시 2%대 진입을 눈앞에 뒀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삼성증권 김지만 선임연구원은 1월 금통위에서 동결하면 2월 금통위까지 5주가 소요되는데, 빠른 경기 대응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고 경제는 심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결국 경기냐 물가와 환율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변수는 환율이 될 전망입니다. 정치적 상황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환율이기 때문이죠. 윤 대통령 관련 문제에 속도가 빨라지면 환율의 상승 압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 총재는 언제쯤 고심을 덜 수 있을까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은 오는 16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