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준 수원시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다른 건 둘째 치고 무조건 '민생'이라고 했죠. 부산이든 경상도든, 어디든 국민 속으로 깊게 들어가시는 게 어떻겠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하던 지난해 11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이 대표에게 건넸던 질문이다. 민주당 기초지방자치단체장 교육연수에서였다.
당내 전국 시장, 군수들 앞에 선 이 대표는 애초 인사만 하려던 일정에 더해 자유 질의응답을 진행했는데, 이 대표의 지목을 받은 이 시장이 정치의 근간인 '민심' 챙기기로 혼란을 극복하는 정공법을 제안한 것.
이재준 시장은 지난 8일 CBS와의 신년 차담회에서 "당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경제적 위기 속에서 당대표에게 충언하는 심정으로 민생 탐방을 권유했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이 대표에 관한 법원 판결과 관련한 혼란 속에서도, 정치 지도자로서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으로 읽힌다.
이 시장은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행정과 정치를 하는 시장으로서, 윤석열 정부 아래 민생 위기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당의 수장에게 민생 속에 답이 있다는 정치의 본질적인 행보를 요청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심이 통했던 걸까. 며칠 지나지 않아 이 대표 측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그중에서도 수원지역 전통시장을 찾겠다는 화답이었다.
그러고는 지자체장 연수 후 일주일여 만인 11월 21일, 이재명 대표는 수원 못골·영동시장을 방문해 민생탐방에 나섰다. 이 대표와 이 시장은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소상공인, 고객들을 만나 골목경제 회복 의지를 다지며 현안을 논의했다.
이 시장은 "군중 속에서 경제를 살려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며 "국가 위기, 당 안팎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지사, 이재준 시장, 김승원·김영진·김준혁 국회의원 등이 시장 상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수원특례시 제공화두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시그니처 정책 수단인 '지역화폐'였다. 상인회와의 간담회 당시 이 시장은 지역경제 순환을 위해 가장 파괴력 있는 성과를 낸 게 지역화폐라며, 윤 정부에서 대폭 삭감한 지역화폐 국비 예산의 원상복구를 촉구한 바 있다.
그는 "지역화폐의 위력은 여러 객관적인 분석에서 효과성이 입증돼 왔다"고 거듭 정책적 성과를 치켜세웠다.
실제로 대전세종연구원의 '지역화폐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2020)에 따르면, 지역화폐 투입예산 대비 약 100배 정도의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매출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매출액의 30%가량은 소비 지출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올해 수원시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411억 원)에 적용하면, 4천억 원 규모의 매출 증대와 1200억 원의 소비 유발 효과가 기대된다.
이재준 시장은 "지역화폐에 대해 상인들은 숨통을 틔게 해줘서, 고객들은 혜택이 좋아서 너도나도 좋아한다"며 "정치적 계산으로 정부여당이 계속 막아서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행정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다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