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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주민도 아는 김정은 생일, 왜 기념일 제정 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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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로드먼이 알려준 그날

생일의 '기념일' 제정·공개행사 등 공식화는 미뤄
재일교포의 자녀 부각돼 정치적 권위 훼손 우려
후계자 공식 내정 뒤 생일 관련 우상화 본격화 예상
김정은 독자 우상화 변곡점은 내년 9차 당 대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황해남도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황해남도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이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은 1월 8일이다. 이는 북한 주민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한 미 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발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모두 보는 노동신문은 지난 2014년 1월 8일 평양에서 개최된 미국 NBA 출신 선수들과 북한 햇불 농구팀의 친선경기 소식을 그 다음 날 9일 보도하면서 "이번 경기를 조직한 것은 존경하는 원수님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데니스 로드먼의 발언을 전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이 이미 10년 전에 북한 매체를 통해 공유됐으나, 북한 당국은 이 날을 기념일 제정이나 공개행사 개최 등으로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생일에도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관련 보도를 일체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김일성과 김정일 등 선대 수령의 전례로 볼 때 '김정은 우상화'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올 들어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로 제정해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여왔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공휴일로 운용하기도 한다. 
 
북한이 김 위원장에 대해 단독 초상화 및 배지(휘장) 등장, '통일 유훈' 흐리기, 주체연호 삭제, 태양절 명칭 회피 등 선대와 구별되는 독자적 우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아직 생일을 기념일로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측이 제기되어 왔다. 
 
먼저 김 위원장의 어머니인 고용희의 출신성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은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고용희는 북한 사회에서 차별 대우를 받은 재일교포 출신이다. 

항일혁명전통과 이를 토대로 한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북한에서 재일교포 출신의 어머니는 김 위원장의 정치적 권위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생일의 공식화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이후인 2012년 5월 생모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를 진행하면서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니'라는 기록영화를 만들어 일부 간부들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재일교포 출신의 자녀'라는 사실이 부각되는 부담 때문에 영화를 일반 주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마키노 요시히로 지음, 『김정은과 김여정』 89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기념일 등으로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후계자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생일을 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후계자가 공식적으로 내정된 이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런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새 해 첫날 열었던 주민들의 '충성선서' 행사를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김정은의 생일인 8일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도 주민들의 충성선서를 김정은 생일에 맞춰 진행할 가능성에 대해 "독자적 우상화와 관련해 김 위원장 본인이 새롭게 진행한 것에 대해서는 계속하지 않을까 한다"며 "하던 것을 올해 갑자기 중단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올해로 종료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국방발전 5개년의 성과 도출에 한 해의 모든 정책방향을 맞추고 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9차 당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 4일 사설에서 "기적적 성과들을 쟁취할 때만이 당 제9차 대회를 승리자들의 대회, 영광의 대회로 떳떳하게 맞이할 수 있다"며, 민생 등 주요 분야의 성과 도출을 독려하기도 했다.  
 
9차 당 대회에서는 무엇보다 '김정은 혁명사상'의 구체화 등 김 위원장의 유일영도체계가 보다 강화돼 선대 수령들과도 구별되는 독자적인 위상의 수령으로 공식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공식화하는 문제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이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당 총비서로 등극한 것처럼 9차 당 대회에서는 국가주석에 올라 당·국가 체제의 명실상부한 최고 수령임을 대내외에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의 생일 등 독자적 우상화의 방향도 내년 9차 대회를 계기로 윤곽을 드러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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