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 경제를 불확실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월호'에서 한국 경제의 상황을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요약했다.
앞서 KDI는 4개월 연속 '경기 개선(세)가 제약된다'고 평가해왔는데, 이번에는 아예 경기 개선이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경기 개선의 속도가 늦춰지는 걸 넘어 아예 개선 자체가 늦어진다는 얘기다.
또 12·3 계엄 직후에 발표했던 경제동향 12월호에서는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표현을 꺼내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결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된다"고 명시했다.
KDI가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상황을 요약하면서 "경기 하방"을 경고한 일은 2023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불어닥친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이 장기화되기 시작했는데, 결국 2023년 경제성장률은 1.4%에 그쳤다.
특히 KDI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경제심리도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데도,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저지른 12·3 계엄과 그로 인해 이어진 탄핵 국면마저 장기화되면서 대응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KDI는 이번 경제동향 보고서에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기와 현재 상황의 금융시장·경기 심리 지표를 비교하는 별표까지 첨부했다.
KDI는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전후 상황과 비교하면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제한적이고,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CDS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가 비교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지수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과거에는 3개월에 걸쳐 9.4p 하락한 반면 최근에는 1개월 만에 12.3p나 하락했고,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지난해 11월 71.0에서 12월 66.0, 올해 61.0으로 과거와 달리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경제 실적을 살펴보면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며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고 있고, 관련 설비투자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수출은 지난해 12월 6.6% 증가율을 기록해 전월(1.4%)보다 높았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전월(3.5%)보다 소폭 높은 수준(4.3%)을 유지했다.
비록 반도체가 포함된 ICT를 제외한 품목(-3.6%)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감소했지만, ICT 품목은 높은 증가세(25.8%→27.9%)를 이어갔다.
11월 설비투자(5.5%→2.6%)도 변동성이 높은 운송장비(-14.6%)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계류(12.2%→9.7%)가 반도체(58.7%→63.3%)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생산과 수출은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도 미약한 흐름에 그친다는 점이 문제다.
건설업 생산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비스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생산도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11월 광공업생산(6.3%→0.1%)은 반도체(11.1%)의 높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자동차(-6.7%), 전자부품(-10.2%) 등이 감소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다.
서비스업생산(2.1%→1.0%)도 도소매업(1.0%→-3.2%),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2.4%→-1.8%) 등이 감소하며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특히 건설업생산(-10.8%→-12.9%)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이 지속됐다.
이처럼 생산 둔화가 지속되면서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도 장기화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11월 소매판매(-0.9%→-1.9%)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 주요 품목에서 부진함에 따라 감소폭이 확대됐다.
또 숙박⋅음식점업(0.1%),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0.3%), 교육서비스업(-0.5%) 등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에서 낮은 생산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더 나아가 위에서 지적된대로 소비자심리까지 위축돼 앞으로의 내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미 지은 건설기성의 경우 11월(-10.8%→-12.9%)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반면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의 경우 공공부문의 주택공급 확대에 힘입어 62.9% 증가했지만, KDI는 "건설수주의 개선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건설투자에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